나경원 저출산위 부위원장 “출산과 주택대출 원금 탕감 연계 검토”

세종=손덕호 기자 2023. 1. 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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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저리대출로 불충분… 종합적 논의 시작”
“어느 나라도 돈 투입 없이 출산율 제고한 적 없다”
아동수당, 다자녀인 경우 수급 연령·금액 상향 검토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5일 심각한 수준인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금융 지원) 대책은 이자를 낮춰주는 것인데, 출산과 연계되어 아이 출산에 따라 원금을 일정 부분 탕감할 수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저출산 해소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위 제공

나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저출산고령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신혼부부나 청년이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자금 대출에 (사용되는) 상당한 저리대출은 마련돼 있다. 이것이 조금은 불충분한 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국토부와 (정책이) 같이 (묶여) 있는 부분이 있어서 함께 정교하게 검토하고 논의되어야 한다”며 “이미 시행하고 있는 신혼부부 전세대출이나 주택구입자금 대출 관련 대책이 있어서, 종합적인 논의를 준비하고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신혼부부에 4000만원 빌려주고 3자녀 낳으면 탕감

나 부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결혼 첫 출발이 어려운 젊은 커플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헝가리의 과감한 저출산 극복 대책을 언급했다.

헝가리는 여성이 41세 이하인 신혼부부에게 현지 직장인의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약 4000만원을 빌려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5년 이내에 아이를 한 명 낳으면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고, 3명의 아이를 갖게 되면 대출금을 전액 탕감해준다. 자녀가 4명 이상이면 소득세를 평생 면제해준다.

‘헝가리식 대출 탕감’ 제도가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협조가 필수적이다. 오는 3월 8일 개최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나 부위원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 “인구 문제는 그 자리(여당 대표)에서 (당정 간 협의로) 더 크게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도 있다는 고민을 해 본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현금 지원’ 방식의 복지가 얼마나 효과를 낼지에 대한 질문에 “많은 분들이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느냐’고 이야기한다”며 “돈을 주는 것만으로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지만, 그 어느 나라도 돈을 투입하지 않고 출산율을 제고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돈을 주니까 출산하라는 것은 아니고, 다른 정책과 정교하게 조합해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계모년 토끼해를 사흘 앞둔 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북구청 직장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토끼 가면을 쓰고 토끼 흉내를 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

◇”육아휴직 사용이 직장 승진·업무평가서 가산점 요인 되도록”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지급하는 현금 지원금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 나 부위원장은 “‘전기료 2만원 상한’이 가장 큰 다자녀 혜택”이라며 “아동수당이 8세까지 지급되는데, 다자녀 아동은 (지급) 연령을 높이고 둘째 아이, 셋째 아이의 경우 아동수당을 다르게 (인상)할 수는 없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기간 연장과 다양한 근무 형태 도입도 논의 대상이다. 나 부위원장은 “(부모가) 양육을 잘 할 수 있도록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보완을 검토 중”이라며 “대체인력 고용 촉진 방안을 마련하는 등 모성·부성 보호제도의 실질적 사용률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나 부위원장은 “직장에서의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용 등이 승진, 업무평가에서 감산이 아닌 가산 요인이 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국방부가 다섯 쌍둥이를 낳은 군인 부부를 계기로 승진 평가 시 육아휴직 기간은 ‘평균 점수’를 주는 것으로 내부 규정을 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법으로 강제하기에 앞서 할 수 있는 기관이 먼저 실시하고, 사기업으로 확대되도록 권고하겠다”고 설명했다.

2023년 1월 1일 0시 0분 경기도 고양시 일산차병원에서 엄마 김현정씨와 아빠 장동규씨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남아 짱짱이(태명)와 여아 짱순이(태명)가 코로나19로 격리중인 아빠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을 동시에 잡는 제도도 구상 중이다. 나 부위원장은 “육아휴직이지만 근로를 실질적으로 해 경력단절이 없고, 근로시간은 단축됐지만 육아휴직에서 보장하는 일정 급여는 보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소개했다. ‘반반육아휴직제도(가칭)’라는 명칭도 언급했다.

◇정부, 혼외 자녀 법적 미비점 정비… “’등록혼’ 정책 필요”

정부는 지난달 28일 나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2차 인구미래전략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에서 혼외 자녀와 관련한 법적 미비점을 정비하기로 했다.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부모의 법적 혼인 여부에 따른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제도 개선과제를 올해 중으로 발굴한다.

이와 관련해 나 부위원장은 ‘등록혼’을 언급했다. 그는 “미혼모나 사실혼 관계 등 어떤 형태로 태어난 아이든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등록혼이라고 말을 하면 될 것 같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사실혼 관계여도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하면 법률상 혼인 관계인 부부와 동일한 세제 혜택과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고, 이후 출산율이 상승했다. 이와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구 정책 강력한 컨트롤타워 필요”… ‘인구미래전략위원회’로 명칭 변경 추진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노동, 연금, 교육개혁은 저출산고령위의 핵심 어젠다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라며 “대통령의 3대 개혁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7일 세종시 도담동 아이누리 어린이집을 방문, 아이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을 참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어 “계속고용 등 노동개혁은 고령자의 경제활동 확충에 도움이 되고, 유연근무는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핵심적인 개혁과제”라며 “연금개혁은 지속가능성 제고와 미래세대 부양 부담 완화를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와 연계된 교육개혁은 교육 부담으로 출산을 꺼리는 세대가 많아서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만 나 부위원장은 “연금개혁 관련 이슈에는 (저출산고령위가) 개입하지 않는다”며 “복지 (혜택 수급) 연령은 법에 따라 들쑥날쑥해서, 연령 조정은 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복지 연령 조정은 계속고용 등 노동시장 개혁과 맞물려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나 부위원장은 “인구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기 위한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저출산고령위는 정원이 19명이고 연간 예산도 20억원에 그치는 소규모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으로 먼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명칭을 ‘인구미래전략위원회’로 변경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면서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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