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올해 첫 해외 출장지는 '스위스'…과거 물먹은 빅딜 성사될까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이 열리고 있는 미국이 아닌 스위스를 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 추진 중인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힘을 싣기 위해 세계경제포럼(다보스)에 참석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출장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15~20일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일정을 확정했다. 이곳에서 전 세계 주요 기업인과 정치인, 경제학자들과 만나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1~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국제민간회의로, 공식적인 의제 없이 참가자들이 세계 경제 발전 방향 등을 두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올해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위기,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복합위기가 주로 논의될 계획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 전무 시절 다보스포럼에 참석을 하지 않았으나, 당시 포럼 행사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꼽힌 바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번에도 다보스포럼에 가는 것을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다"면서도 "만약 가게 되면 처음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들과 함께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부산엑스포 유치 민간사무국인 대한상의는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의 밤' 행사를 열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처럼 5대 그룹 총수들이 다보스포럼에 총출동하는 건 이례적인 모습"이라며 "총수들이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 한국 기업들의 우수한 기술을 소개하고 2030 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요청하는 데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다보스포럼을 전후로 유럽 지역 내 현지 법인과 고객사들을 방문하며 현장 경영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해에도 6월, 9월에 걸쳐 두 차례 유럽을 찾아 헝가리에선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 거점을 비롯해 독일 완성차 업체인 BMW,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 벨기에 종합반도체 연구소 아이멕 등을 찾은 바 있다. 반도체 기술력 확보와 배터리 생산을 점검한 이 회장은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말하며 '뉴삼성'의 핵심인 '초격차 기술'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최근 반도체와 배터리 경쟁력 강화, 중동 수주, R&D 연구 개발 등 미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출장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에도 유럽에서 다양한 고객사들을 만나 활발한 활동을 통해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이번 유럽 출장에서 대형 M&A를 확정 지을 지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형 M&A를 추진하고 있다"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던 점 때문이다. 지난해 9월 'IFA 2022'에서도 한 부회장은 "(M&A와 관련해) 많은 부분이 진척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9조원을 들여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6년째 이렇다 할 '빅 딜'을 진행한 적이 없다. 그 사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28조원이 넘을 정도로 쌓여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조만간 M&A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금이 쌓이고 있다는 것은 재무건전성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미래를 향한 투자 행보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이 회장의 과감한 선택 없인 삼성전자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이 최근 M&A 전문가 영입과 조직 구축을 완비한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 M&A 담당 임원을 연달아 영입한 데 이어 지난달 6일 정기인사에서 M&A 로드맵 수립을 주도해온 DX부문 사업지원TF 다니엘 아라우조(Daniel Araujo) 상무를 승진시켰다.
이에 일각에선 이번 출장에서 삼성전자가 과거 인수 의향을 드러냈던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회사 NXP를 두고 이 회장이 물밑 접촉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했다. NXP가 삼성전자의 하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이 회장이 최근 전장 관련 사업 투자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에서 2016년 자신이 주도해 인수한 전장기업 하만의 차량용 오디오 브랜드 하만 카돈에 방문해 전장 사업 상황을 둘러보기도 했다. 다만 NXP의 인수가가 60조원 정도로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는 NXP와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지 못해 딜이 무산된 적이 있다"며 "하지만 반도체 위기감을 반영하면 이와 관련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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