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리오프닝 기대 컸는데…애플, 테슬라도 한숨[차이나리스크]

2023. 1. 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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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노인 환자를 바라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중국이 ‘제로 코로나’(전면 봉쇄)에서 ‘리오프닝’(재개장)으로 전격 선회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희망은 우려로 바뀌고 있다.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정책을 고수하던 중국 당국은 ‘백지시위’로 상징되는 성난 민심을 달래려 지난달 7일 방역 지침을 완화한데 이어 오는 8일부터 국경개방까지 약속했다. 지난 3년 간 꽉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린 것이다.

하지만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고, 멈춰섰던 공장이 다시 돌아가면서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로, 전달(48)보다 후퇴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공장이 폐쇄되고 배송은 정체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주방용품을 납품하는 한 업체의 공장 노동자 5분의 1이 현재 병가 중이라며 “코로나19 대확산은 중국의 강점인 풍부한 노동력으로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의 테슬라 공장에서 모델3를 생산하는 모습 [로이터]

직격탄을 맞은 곳은 애플과 테슬라다. 애플은 위탁사업자 폭스콘이 운영하는 중국 정저우 공장에,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에 제품생산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리오프닝 이후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이 더욱 확산되면서 공장 정상화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에게 중국은 생산기지뿐 아니라 핵심 소비처라는 것이다. 애플과 테슬라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7%, 23%에 달하지만 중국 내수 시장 분위기는 리오프닝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급기야 테슬라 상하이 공장은 지난달 24일부터 문을 닫았다. 이후 지난 3일 생산재개에 들어갔지만 춘절 연휴를 맞아 오는 20일부터 31일까지 다시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다. 전기차를 만들어봐야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12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1.6으로 한 달 전보다 5.1포인트나 급락했다. 시장 예상치(45)를 한참 밑도는 것으로, 상하이 봉쇄 당시 41.9보다도 낮다. 방역 완화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이 내수 경기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리오프닝 전환 직후인 지난달 15~16일 경제공작회의를 통해 내수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하지만 ‘근본적 수요’를 지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대규모 부양 정책은 없었다. 오히려 그간 부동산 관련 부채를 정부가 떠안아 온 탓에 재정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만 키웠다.

최근 류쿤 재정부 장관이 올해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지도부가 나서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내고 관영 매체들 역시 리오프닝을 돌이킬 수 없다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지만 당장의 어려움을 타개할만한 실제 행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

미 투자업체 루미스세인스앤컴퍼니의 보좡 수석연구원은 CNN방송에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는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은 코로나19 관련 대처 준비가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HSBC는 중국 경제가 올해 연간 5% 성장할 것이라면서도 1분기는 0.5% 뒷걸음질 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베이지 시내에서 경찰로봇이 시민들 사이를 지나다니고 있다. [AP]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코로나19 폭증은 글로벌 원자재와 소비 둔화 요인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 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리오프닝은 원유 수요와 물가 상승에 압력에 가하긴 하겠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착륙(점진적 기조 전환)을 망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의 물가압력 둔화가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리오프닝은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변수다. 만약 세계 2위 경제 대국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 글로벌 경기침체는 더 길고 더 심할 수밖에 없다.

당장 우리나라의 12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해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역성장이 심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미국 경기침체가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리오프닝에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국내 경기도 점점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가하면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여행 전면 재개방이 이뤄지면 인기 여행지인 태국의 성장률이 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의 경우 관광업을 포함한 수출 증가로 GDP의 8% 가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다. 어디까지나 중국의 완전 정상화를 전제로 한 것으로, 아직은 먼 이야기다.

앞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3~6개월 간 중국 전역에 감염이 산불처럼 퍼질 것”이라며 “중국은 물론 주변 지역과 글로벌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대 고비는 1월 춘절 연휴다. 리오프닝 관련 행정조치가 다 나온 상황에서 춘절을 계기로 감염 확산과 치사율이 증가하면 심각한 경기후퇴가 일어날 수 있다.

노무라증권의 팅루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월 말 춘절 연휴를 전후해 발생하는 대규모 이동은 전례없는 코로나19 확산과 심각한 경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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