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발명자로 인정?"… 법정까지 간다

美 전문가, 행정소송 제기
AI-특허 전문가들 엇갈려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에 무효처분한 특허청 결정에 대해 출원인(스티븐 테일러)이 행정소송을 제기해 판결에 귀추가 모아진다.

AI(인공지능)가 발명한 특허는 인정받을 수 있을까.

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AI가 발명한 특허에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미국, 유럽, 독일, 영국, 호주 등에서 AI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처분이 내려져 불복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시아에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무효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5일 특허청에 따르면 AI를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을 무효처분한 결정에 대해 해당 출원인인 미국인 AI 전문가 스티븐 테일러 씨가 지난달 20일 서울지방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앞서 스티븐 테일러 씨는 지난 2021년 5월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특허를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에 출원했다. 출원인은 "이 발명과 관련된 지식이 없고, 자신이 개발한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후 식품용기 등 2개의 서로 다른 발명을 스스로 창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리 특허청은 지난해 2월 "AI는 자연인이 아니어서 발명자가 될 수 없다"며 출원인에게 보정요구서를 발송했다. 이후 7개월이 지난 작년 9월 출원인이 보정요구서를 내지 않아 출원된 특허는 무효 처분됐다. 이에 대해 출원인은 지난달 행정소송을 냈다. 현재 테일러씨가 소송을 제기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유럽, 독일, 호주 등 6개국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 특허청과 법원들은 특허법 또는 판례를 토대로 발명자로서 자연인만 인정하고, AI는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지난해 3월 독일 연방특허법원은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되 발명자를 기재할 때 AI에 대한 정보를 같이 기재하는 것까지는 허용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영국과 독일에서는 다부스 특허출원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주요국들은 아직 인간의 개입 없이 AI 단독으로 발명을 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법·제도 개선 시 국제적인 조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우리 특허청은 앞으로 국가별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해당국 특허청과 함께 대응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번 행정소송은 통상 1심의 경우 291일이 걸리는 만큼 연말쯤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점을 감안하면 AI 발명자 등과 관련한 지식재산 이슈에 대해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행정소송과 주요 국 대법원 판결 결과 등을 종합해 국제적으로 조화가 되도록 AI 관련 지식재산 제도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