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경찰에 주는 선물입니다”… 영화 ‘암수살인’ 따라하나
택시기사와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기영(31)이 최근 경찰 조사에서 유기한 시신 위치를 알려주며 “내가 경찰에게 주는 선물”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며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5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기영(31)은 최근 조사 과정에서 지난해 8월 살해한 동거녀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묻었다고 주장했다. 애초 그는 시신을 캠핑용 루프백에 담아 하천에 버렸다고 말했으나, 강 주변에 땅을 파 매장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 이기영은 “마지막으로 이제 진실을 얘기하겠다” “시신을 찾게 해주겠다” “내가 경찰에게 주는 선물”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기영이 경찰을 상대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4일 조선닷컴에 “경찰에 주도권을 본인이 갖고 있다는 식으로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기영은 범죄 영화를 많이 본 것 같다. 영화 ‘암수살인’ 배경이 된 연쇄살인범을 따라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암수살인’은 연쇄살인범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이 연쇄살인범은 형사에게 11건에 달하는 살인 리스트를 적어주며 “이게 제가 형사님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비슷한 취지로 설명했다. 곽 교수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기가 사건 해결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그런 모습으로 포장하려는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며 “자기가 굉장히 센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욕망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기영이 행동하고 말하는 것들 중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허세”라며 “이기영이 검찰에 송치되기 전에 자기 나름대로 성의를 표시하는 목적에서 ‘땅에 묻었다’ 이런 식으로 번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YTN ‘더뉴스’에서 “일시적이지만 경찰의 수사 과정을 자신이 조종·통제를 하지 않았나”라며 “검찰 송치가 되면서 본인이 ‘더 이상 피해자 없다. 이것이 경찰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말한 것을 봤을 때 경찰의 수사를 자기가 쥐고 흔들면서 거기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까 추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기영이 이미 한 차례 거짓말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신을 찾을 때까지는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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