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패배=탈락’이었다···이강철호가 日보다 호주에 초점 맞추는 이유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지휘하는 이강철 야구 대표팀 감독은 호주와 경기에 모든 초점을 맞춰놓고 있다.
지난 4일 최종 엔트리 30명을 발표하면서 “호주전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뽑았다”고 밝혔다.
타자 15명 중 오른손 타자는 박병호(KT), 최정(SSG), 김하성(샌디에이고), 박건우(NC), 양의지(두산), 이지영(키움)까지 6명이다.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이 스위치타자고 나머지 8명이 왼손 타자다. 호주에 우완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왼손 타자 비중을 늘려 선발했다.
투수진 구성은 더욱 ‘호주전 맞춤용’이다. 이강철 감독은 “15명 전부는 아니지만 호주전에 강할만한 투수들을 선발하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호주에도 세미프로리그 ABL이 있지만 아시아 투수들의 각 큰 변화구에 대한 대응에는 익숙치 않다. 실제 KBO 기술위원회가 호주-일본의 평가전을 지켜본 결과 호주 타자들이 낙차 큰 변화구에는 매우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선발된 투수 15명 중에는 박세웅(롯데), 곽빈·정철원(두산), 이용찬(NC) 등 포크볼을 많이 던지는 투수가 여럿 포함돼 있다. 소형준(KT), 김원중(롯데)은 커브가 특기다. 떨어지는 변화구를 구사하는 투수들이 많다는 것이 이번 대표팀의 특징이다.
이강철 감독은 “땅볼 유형 투수들을 많이 뽑았다. 모두 결정구가 있고 각 큰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이다. 호주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이 호주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맞이해야 할, 첫 경기 상대이기 때문이다. 호주, 일본, 체코, 중국과 함께 1라운드 B조에 배정된 한국은 대회 시작과 함께 3월9일 호주와 첫 경기를 갖는다. 그 다음 경기 상대가 가장 부담스러운 일본이기에 호주를 반드시 이기고 출발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지난 두 번의 WBC에서 모두 1라운드 탈락했다. 2006년 초대 대회에서 4강, 2009년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2013년과 2017년 열린 3·4회 대회에서는 모두 최종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1라운드 첫 경기에서 일격을 당한 것이 치명타였다. 2013년에는 네덜란드에 0-5로 지는 바람에 이후 호주와 대만을 모두 꺾고도 탈락했고, 4회 대회에서는 이스라엘에 1-2로 진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다음 상대 네덜란드에는 0-5로 완패하고 말았다. 모두 당시 야구의 변방이라 불리던, 최약체라 여겼던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에 첫 경기에서 일격을 당했다. 대회 전반을 무기력하게 마쳤을 정도로 첫 경기 패배의 충격은 크다.
호주는 강호는 아니지만 당시의 네덜란드나 이스라엘만큼 ‘변방’ 수준이 아니다. 1회 대회부터 꾸준하게 WBC 본선에 출전하고 있다. 호주전이 대회 분위기 자체를 좌우할 수도 있기에 오히려 일본전보다 신중하게 준비하고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KBO는 지난해 10월 기술위원들을 파견해 일본에서 열린 일본-호주 평가전을 전력분석했다. 당시 일본을 좀 더 집중 관찰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호주 분석은 이강철 감독이 직접 나선다. 이강철 감독은 5일 호주로 출국했다. 진갑용 배터리 코치, 정현욱 투수코치, 심재학 퀄리티 컨트롤 코치, 김준기 전력분석위원과 함께 4박5일 간 ABL 리그를 통해 호주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돌아와 대회를 준비할 계획이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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