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위성 ‘수증기 분수’에서 생명체 찾는다고?
‘세포’ 등 직접적인 증거 찾을 계획
지구 밖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한 연구와 관련해 특이한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지하에 존재하는 바닷속에 미생물 등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 코앞까지 우주 탐사선을 접근시킨 뒤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기둥에 탐사선의 동체를 노출시키자는 것이다.
수증기를 뒤집어쓴 탐사선에 달린 센서에서 생명체 감지 반응이 나오면 굳이 엔셀라두스의 두꺼운 얼음을 뚫고 들어가 생명체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지구 밖 생명체를 찾기 위한 중요한 방안이 될지 주목된다.
과학매체 사이언스 얼럿은 4일(현지시간) 미국과 프랑스 연구진이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면 엔셀라두스의 남극에서 우주 공간으로 분출되고 있는 수증기 기둥에 집중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행성 과학’ 최근호에 실었다고 전했다.
엔셀라두스는 태양과의 거리가 약 15억㎞다. 지구와 태양 간 거리보다 10배 멀다. 지름은 약 500㎞로, 지구를 공전하는 달 지름(3400㎞)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지구에서 멀고 작은 천체이지만 관측은 쉽다. 햇빛을 잘 반사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태양에서 전해지는 에너지가 적어 표면 전체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어서다. 평균 온도는 영하 198도이다.
춥고 척박한 천체이지만, 내부에는 뜻밖의 반전이 있다. 표면 아래에 수심 10㎞짜리 바다가 넓게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다. 지구의 대양보다 수심이 깊다.
전체 수량은 지구 바다의 2배에 이를 것으로 과학계는 예측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운영했던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를 통해 얻은 정보들이다. 바다는 토성의 중력이 엔셀라두스를 압박하면서 생긴 마찰열 때문에 얼음이 녹아 생긴 것으로 과학계는 예상한다.
카시니호는 더 의미 있는 발견도 했다. 엔셀라두스에선 표면 위로 수증기가 솟구치는 일이 일어난다. 수증기 기둥의 높이가 수백㎞에 이르는, 기이한 우주 지질 현상이다. 엔셀라두스 표면 전체가 꽁꽁 얼어 있긴 하지만, 비교적 얼음이 얇은 남극에서 내부의 바닷물이 얼음을 뚫고 분출하는 모습이다.
카시니호는 이 수증기 기둥 속으로 비행하면서 ‘메탄’을 찾아냈다. 메탄은 지구에서는 보통 생명체가 내뿜어서 생기는 물질이다. 엔셀라두스의 바닷속에서 생명체가 서식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에 연구진은 한발 더 나아갔다. 새로운 우주 탐사선을 엔셀라두스로 발사한 뒤 카시니처럼 수증기 기둥 속을 비행하게 하되 생명체를 직접 찾겠다는 입장이다. 이전에 발견했던 메탄이 생명체의 간접적인 증거라면 이번엔 ‘세포’ 같은 직접적인 증거를 잡아내려는 것이다.
연구진은 내부의 바닷물에서 시작된 수증기 기둥 속으로 미생물이 딸려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것을 탐사선에 탑재한 센서로 감지해낼 수 있다면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생명체를 찾기 위해 수증기 기둥 속으로 돌입하려는 건 지하 바다로 수중 탐사선을 투입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최소 5㎞에 이르는 얼음을 뚫는 게 문제다. 현재 인간에게 우주에서 그런 일을 벌일 기술은 없다. 중량 문제 때문에 거대한 굴착기를 우주선에 실어 머나먼 천체에 투입하기 어렵고, 사람이 직접 가서 다루는 일도 불가능하다. 토성처럼 먼 거리까지 유인 우주비행이 이뤄진 일은 없다.
연구진은 이끈 안토닌 어프홀더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엔셀라두스의 바다에 충분히 많은 생물이 없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미래의 탐사선은 수증기 기둥 속을 반복적으로 통과하는 방법으로 미생물 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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