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바꾼軍' 레이더 포착된 점들 일주일 넘게 무인기인지 몰랐다(종합2보)

김지헌 2023. 1. 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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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 비행금지구역 안 뚫렸다, 강한 유감" 표하더니…뒤늦게 침범 시인
"용산상공 아닌 비행금지구역 북쪽 끝" 주장…"촬영못했다고 봐" 또 근거없는 추정
합참이 국회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항적 (서울=연합뉴스)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 2022.12.28 [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하채림 기자 =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까지 침범했던 것으로 5일 뒤늦게 밝혀졌다.

비행금지구역은 뚫리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해오다가 이날 말을 바꾼 군은 수도 서울의 핵심 보안 구역까지 들어온 적기의 항적을 일부 포착하고도 그것이 북한 무인기 흔적이라는 평가를 하기까지 일주일 넘는 분석을 거쳐야 했다.

적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탐지만 어느 정도 이뤄졌을 뿐 방공 대응 실패는 물론이고 정보 평가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P-73)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합참은 지난달 29일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와 31일 발표에서도 "적 무인기는 P-73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사실관계가 뒤집힌 것이다.

군의 해명을 종합하면 무인기 침범 당시 서울 상공을 감시하는 레이더에는 무인기 항적이 일부 잡혔으나 탐지와 소실을 반복하면서 항적이 선형이 아닌 점 형태로 나타났고, 상황을 지켜보던 작전 요원들은 이를 무인기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이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점으로 된 항적들을 연결해보는 등 상황을 다시 분석한 결과 무인기의 P-73 침범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한다.

이런 분석 결과는 전날 대통령에게 보고되기 전인 이달 2∼3일께 도출됐음을 고려하면 합참은 무인기 침범 이후 일주일이 넘도록 P-73에서 잡힌 항적의 정체를 무인기로 판단하지 못한 셈이다.

[그래픽] 군, 북한 무인기 '대통령 경호구역' 침범 시인 (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지난달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침범 당일에는 출격한 KA-1 전술통제기 1대가 추락하고 지상 대공무기들은 표적 정보가 없어서 사격 시도조차 못 하는 등 추적과 타격 능력이 비판받았는데 군 정보라인의 정보 평가·판단력에도 문제가 있었음이 노출됐다.

합참은 침범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무인기가 용산 근처를 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최초 보도가 나오자 "용산 상공을 비행한 항적은 없었다"고 했고, 이틀 뒤인 29일 야당 의원이 P-73 침범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는 "침범하지 않았다"고 공개 반박했다.

특히 P-73 침범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합참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강한 유감"을 표명할 정도로 자신만만했지만, 체면을 구겼다.

이날 합참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P-73에서 100여 건 이상의 상황이 있었다"면서 "그걸 다 격추하지는 않고 풍선인지 국내 드론인지 등을 확인하고 조치해야 한다"며 항적 발견 당시의 평가 상황과 즉시 대응에 나서지 않은 이유를 해명했다.

'북한 무인기 영공침범' 보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합참은 북한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한 지점이나 침범한 거리 등 정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 탐지자산의 위치를 나중에 적이 역이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P-73 비행금지구역은 대통령 집무실 부근의 특정 지점을 근거로 3.7㎞ 반경으로 설정됐다. 용산뿐 아니라 서초·동작·종로·중구 일부를 포함한다.

군은 "비행금지구역을 스치고 지나간 수준"이라고 묘사했는데 사실일 경우 종로구와 중구가 접하는 지점 정도의 상공까지 내려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군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의 안전을 위한 거리보다는 바깥"이라고 했고, 다른 관계자도 "용산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하지만 P-73 자체가 대통령 안전을 위해 설정한 구역인 만큼 안전거리보다 바깥이라고 단정하기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을 침범한 무인기는 상공 3㎞가량 고도에서 비행해 비행금지구역 끝 지점이라도 용산 대통령실은 물론 인접한 국방부나 합참 청사 등을 촬영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합참은 이런 추정에 선을 그었다.

합참 관계자는 "거리와 고도, 적들의 능력을 고려할 때 여전히 (대통령실 등을) 촬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합참 평가대로라면 무인기가 대통령실과 가장 가까웠을 때 지상 기준 직선거리가 최소 3㎞ 이상이고 고도도 높아 원거리에 해당하며, 북한이 무인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촬영 장비를 장착할 능력은 없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이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에 촬영 장비가 달렸는지는 모른다면서도 설사 촬영 능력을 갖췄다는 전제로 분석해봐도 "구글 지도 이상의 유의미한 정보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이 군의 평가"라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언론과 야당의 타당한 분석을 공개 반박했다가 말을 바꾼 점에 대해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내부 검토를 거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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