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웃돌던 정기예금 금리, 두 달 만에 푹 꺾인 ‘2가지 이유’
당국 은행채 발행 허용하자 ‘숨통’
4대 시중은행 금리 4.5% 상품 실종
한때 연 5%를 돌파했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와중에도 오히려 하락해 연 4% 초반까지 내려왔다.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허용한 후 은행권이 조달 경쟁을 중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5일 은행연합회 통계를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대표적인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4.21~4.42% 수준이다. 약 2개월 만에 연 5%대 상품뿐만 아니라 4.5% 이상의 상품이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은행권이 자금 조달 경쟁을 벌이면서 예금 금리를 연 5%대로 올렸다. 그러다 같은 달 중순 이후 금리의 방향이 바뀌었다. 지난달 7일 4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4.81~4.95%로 내려왔고, 지난달 19일에는 4.47~4.79%로 더 낮아졌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던 예금 금리가 하락한 계기 중 하나는 지난해 11월14일 금융위원회가 은행권에 “과도한 자금 조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당시 은행 정기예금으로 매달 수십조원의 자금이 쏠려 2금융권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요청에 은행권은 같은 달 2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에도 이를 정기예금 금리에 반영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을 허용한 후에는 은행이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벌일 유인이 더욱더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9일 ‘제3차 금융권 자금흐름 점검 소통 회의’에서 시중은행의 은행채 발행 재개를 허용했다.
이후 KB국민·신한·우리은행은 같은 달 20~28일 총 1조1400억원어치의 은행채를 신규 또는 차환 발행했다. 금리도 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하는 금리 평균(민평 금리)보다 낮게 발행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던 시기엔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수신뿐이라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 은행채 발행이 가능해졌으니 예금금리 경쟁을 할 이유가 당분간 없다”고 말했다.
금리가 하락해 시중은행 정기예금의 매력이 다소 떨어지자 은행권의 예금 잔액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4대 은행과 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818조4366억원)은 전달 대비 8조8620억원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이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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