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로잡은 '제네시스·아이오닉'..현대차·기아, 혼다 제쳤다(종합)
혼다랑 격차 벌리고 스텔란티스랑 격차 줄이고
제네시스도 역대급 실적…전기차도 196% 증가
올해 IRA 우려…부정적 영향 최소화 과제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역대 두 번째 최다 판매를 기록하며 일본 완성차 업체인 혼다를 약 50만 대 격차로 따돌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아이오닉 5 등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를 앞세워 미국 내 신차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도 선방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올해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영향으로 전기차 판매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타 업체 판매는 ‘뚝뚝’떨어졌는데…현대차·기아는 역대 두 번째 최다 판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전년보다 1% 감소한 147만4224대를 판매했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78만675대, 기아는 69만3549대로 전년보다 각각 0.9%, 1.1%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던 전년도 기저효과가 반영됐지만 지난해 판매량 역시 역대급 실적이다.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 등 글로벌 악재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보다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5만6410대 팔려 전년보다 판매량이 13.7% 늘었다. 제네시스는 2년 연속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현재까지 실적을 공개한 9개 그룹의 판매량은 평균적으로 11% 감소했다. GM은 225만8283대로 전년보다 2.5%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토요타는 211만대로 약 10% 가까이 감소한 판매량을 보였다. 같은 기간 스텔란티스는 12.9%, 혼다는 32.9%, 닛산·미쓰비시는 24.5%, 마쯔다는 11.4% 감소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혼다와의 격차를 벌린 것이 고무적이다. 현대차·기아는 2021년 미국 진출 35년 만에 혼다를 제쳤다. 당시 불과 2만2488대 차이로 혼다에 앞서 있었지만 지난해 49만717대까지 격차를 벌렸다.
현대차·기아는 스텔란티스와의 격차도 전년도 29만5423대에서 7만9621대까지 좁혔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투싼(17만5307대)이었다. 스포티지(12만5245대)도 스포티지는 처음으로 1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어 현대차 △싼타페 11만9589대 △아반떼 11만7177대, 기아 △K3 10만8424대 △텔루라이드 9만9891대 순으로 많이 팔렸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투싼과 스포티지를 비롯해 다수 차종이 연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전기차 ‘씽씽’나는데 올해부터 IRA 영향 ‘암초’
현대차·기아는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차종과 친환경차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는 18만2627대로 전년보다 65.1% 증가했다. 현대차는 9만8443대, 기아는 8만4184대로 각각 전년보다 31.2%, 136.3% 늘었다.
특히 전기차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전기차는 5만8028대로 전년보다 196.2% 증가했다. 하이브리드차(HEV)는 전년보다 37.1% 늘어난 12만4191대를 판매하며 첫 연간 10만대를 돌파했다. 수소차는 전년보다 5.1% 감소한 408대가 팔렸다.
신차효과가 컸다. G80 전동화모델, GV60, EV6, 스포티지 HEV 등이 골고루 활약했다. 전용 전기차 경우 아이오닉 5가 2만2982대, GV60가 1590대, EV6가 2만498대 팔리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올해부터 전기차 판매에 IRA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판매에 한창 탄력을 붙이고 있는 때 IRA가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현대차는 당장은 상업용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 리스 프로그램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IRA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전기차 범위에 렌터나 리스 차량을 포함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현재 5%에 불과한 리스 물량 비중을 향후 두 자릿수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결국 절대적으로 파이가 큰 승용 시장이 중요하다. 일반 고객에 판매하는 전기차의 경우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현대차가 2025년 미국 내 전기차 공장을 완공할 때까지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유예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는 한편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업해 IRA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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