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이틀동안 9% 급락…왜?
국제유가가 이틀간 9% 넘게 떨어지며 급락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한 긴축 기조로 인한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하고 있는데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로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3%(4.09달러) 떨어진 72.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새해 첫 거래일이었던 전날도 4.2%(3.33달러) 하락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80.26달러)과 비교하면 2거래일간 9.24%(7.42달러) 떨어졌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3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5.2%(4.26달러) 떨어진 77.84달러에 장을 마쳤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85.91달러)에 비해 2거래일 동안 9.39%(8.07달러) 하락했다.
미국 연준이 긴축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면서 고금리가 경기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공포가 다시 확산한 영향이 컸다. 이날 연준이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19명의 FOMC 위원 중 ‘2023년에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것도 연준의 긴축 기조 유지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미국의 채용공고는 1045만8000건으로 시장 예상치(1000만건)을 웃돌았다.
동시에 가파른 긴축으로 경기가 둔화하는 움직임도 확인됐다. 같은 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공개한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4를 기록해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50을 하회했다. PMI는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지수로 50보다 높으면 경기확대, 50보다 낮으면 경기축소를 의미한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한 중국이 다시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국제유가를 끌어내렸다. 중국이 다시 문을 걸어잠그면 그 여파로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서는 새로운 코로나19 변이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중국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사망자를 축소해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국제유가는 단일 이슈가 아닌 복합적인 하락 이슈에 반응하고 있다”며 “12월 연준 회의록은 금리 인하 기대를 낮췄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수출 원유 가격 인하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2월 증산 보도도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주요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2월 아랍 라이트 등급 원유의 아시아 수출 가격을 인하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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