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박보검 될 아이, 뒷모습 연기마저 일품"…최정원이 극찬한 '마틸다' 그 배우 누구?[인터뷰]
‘빌리 엘리어트’부터 ‘마틸다’까지 함께 호흡
2021년 9월 첫 오디션…대장정의 고된 연습
성주환 “내 연기 점수는 73점…만족 못해”
최정원 “제2의 박보검 될 기적 같은 아이”
“저요, 저요, 저요! 할 수 있어요. 저 시켜요.” 자그마한 등이 들썩이며 청량한 미성이 쩌렁쩌렁 울린다. 안달난 듯 오른팔까지 번쩍 들어 올리면 도무지 그 이름을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교실 안의 ‘극 외향형’ 나이젤이다. 막상 이름이 불리자, 작은 등은 대답이 없다. 어쩔 줄 몰라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객석엔 웃음이 터진다.
“저도 이런 연기는 힘들어요. 나이젤은 전 세계에서 (성)주환이가 제일 잘할 거예요.”
뮤지컬 ‘마틸다’가 공연 중인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배우 최정원은 40년 어린 후배 성주환의 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말할 때는 허스키한데, 무대에만 올라가면 꾀꼬리가 따로 없어요. 관객들은 뒷모습만 보고 있지만, 생각나지 않는걸 인상을 찡그려 쥐어짜다 분에 못 이겨 얼굴이 달아올라요. 그 모습이 뒤태에서도 느껴져, 그 장면에서 매일 웃어요.”
무대에 서는 배우들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정면병’이라는 희귀병이 떠돈다. 관객은 반길지도 모른다. “상대 배우에게 이야기해야 하는 장면에서도 자꾸만 관객에게 보여주려고 몸과 시선을 객석에 돌리는” 병이다. “배우들은 관객을 등지고 연기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거든요. 그런데 주환이는 등 연기까지 잘 하더라고요.(웃음)”
성주환(13)은 “기적 같은 소년”(최정원)으로 불린다. 나이, 신장, 목소리까지 선별 기준이 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와 ‘마틸다’의 단골 배우다. 2017년 ‘빌리 엘리어트’에서의 ‘스몰 보이’를 시작으로 ‘마틸다’의 에릭(2018), ‘빌리 엘리어트’의 마이클(2021)을 연기했다.
4년 만에 돌아온 ‘마틸다’에선 나이젤로 관객과 만난다. 하루가 다르게 외모와 체형이 커지는 아역 배우들에겐 딱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기회인데, 성주환은 햇수로 치면 6년째 이 어려운 무대에 발탁되고 있다. 대선배 최정원과도 지난 2017년부터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성주환은 “‘마틸다’를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주환이는 정말 신기한 게 스몰보이 때도, 에릭 때도 지금 이 목소리였어요.” (최정원) 아이치고는 허스키한 목소리인데, 무대에 서면 맑고 곱다. 게다가 천장을 찌르는 고음이 터진다. “변성기가 오면 더이상 ‘마틸다’ 출연은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성주환) 기적처럼 아직은 변성기가 찾아오지 않았다. 아역 배우들에게 요구되는 신장 조건에도 맞아 떨어졌다. “‘마틸다’가 올라간다고 했을 때 사실 정말 하고 싶었어요. 어릴 때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거든요.” (성주환)
‘마틸다’는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에게 쉽지 않은 작품이다. 워낙에 준비 기간이 길다. 2021년 9월 첫 오디션을 시작했다. 배우를 꾸리고 연습하는 데에 상당 시간을 투자한다. “하고 싶다고 뚝딱 올릴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에요. 개막 전 극장에 들어와 무대를 만들어 놓고 한 달 동안 또 연습을 해요. 배우들이 자신의 인생을 다 쏟아야 하는 작품이에요.” (최정원)
‘마틸다 장인’ 최정원은 모성애는 외계어로 여기는 주인공 마틸다의 엄마인 미세스 웜우드 역을 다시 연기 중이다. “초연 땐 원작에 충실해, 허영심 많고 자기밖에 모르는 엄마를 그렸다면, 이번엔 내 안의 웜우드를 꺼내며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최정원)
성주환에겐 극적인 연기 변화가 필요했다. 성주환은 “에릭은 엄청 차분한 아이인데, 적극적이고 활발한 나이젤의 이미지로 변화해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성격은 MBTI로 치면 ENFP. “나이젤의 모습에 더 가깝긴 한데…. 낯 가리는 나이젤이에요.(웃음)”
‘마틸다’의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지만, 어린 배우의 연기 고민은 끝이 없다. “놀이터에서 소리 지르며 대사를 하거나, 교장 선생님인 미스 트런치불이 잡으러 올 때 자는 척 하다 일어나는 연기는 항상 어색한 것 같아요.”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을 원작으로 지난 2018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막을 올린 ‘마틸다’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의 부당함을 말한다. 스무 명의 아이들이 자리한 작품이기에 무대 위 긴 시간을 건너뛴 호흡도 중요하다. 최정원은 “어려운 만큼 성취감이 있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들이 주는 힘을 통해 끊임없이 자극을 받아요. 뾰족한 돌들이 파도에 부딪혀 맨들맨들해지는 것처럼 제게 이 작품은 배우로서 부들부들하게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동화예요. 아이들이 주는 상상 못한 에너지를 받으며, 계속 도전하게 되더라고요.” (최정원)
성주환은 ‘빌리 엘리어트’에서 빌리 역할을 맡았던 형(성지환)의 영향으로 뮤지컬 배우를 꿈꾸게 됐다. 여덟 살에 막대 사탕을 입에 물고 무대 위로 등장한 작은 소년(‘빌리 엘리어트’)은 매작품마다 ‘1만 시간’을 넘게 쓰며 에릭으로, 마이클로, 나이젤로 성장했다. 어느덧 6년차 소년 배우가 됐지만, 스스로에게 매기는 점수는 박하다. “아직 만족하지 않아요. 73점 정도예요.” (성주환)
대선배 최정원이 보는 성주환은 “보석 같은 아이”다. “여러 색깔을 가지고 있고”, “워낙 연기를 잘해 뮤지컬을 떠나 TV와 영화에서도 돋보일 수 있는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봤다.
“주환이는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할 거예요. 잘 닦아주면 크리스털이 될 아이예요. 73점이 아니라 103점이죠. 제2의 류준열, 박보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아직은 상대역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성주환이라는 배우를 무대에서 아들이나 손자로 만나는 게 꿈이에요. (웃음)” (최정원) “무대 위에서 늘 당당하고 멋진 정원 선생님처럼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언제나 제 공연을 믿고 보러올 수 있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성주환)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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