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교육 강화 나선 英 정부…“선생님 없다” 반발 직면

이지민 2023. 1. 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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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수학 의무 교육 나이를 16세에서 18세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시절 마이클 고브 교육부 장관은 영국의 모든 학생이 18세까지 수학을 의무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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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금융 업무에 자신감 가질 수 있어야”
수학 교사 3만5000여명…영어·과학보다 적어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수학 의무 교육 나이를 16세에서 18세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현장에서는 수학 교사 충원이 선결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수낵 총리는 신년 연설에서 18세까지 어떤 형태로든 수학을 학습하도록 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 과정 격인 영국 식스폼(6th form)에서는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에이레벨(A-Level) 시험 준비를 위해 3~4과목만 선택해 공부하기 때문에 17세부터 수학을 배우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 수낵은 “영국 성인 5000만명 중 중 수학 능력이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800만명에 달하며 16~19세의 절반 정도만 수학을 공부 중”이라며 “통계가 모든 일을 뒷받침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을 무방비로 세상에 내보내면 아이들을 좌절하고 만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수학 공부로) 금융이나 주택담보태출(모기지) 업무 같은 것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4일(현지시간) 런던 동부에 있는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공원에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구체적인 방안은 미정이다. 총리실은 당장 에이레벨 시험에서 수학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계획은 없다며, 다만 “더 혁신적인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BBC는 관련해 “정돈된 정책이라기보다 총리의 개인적인 열망에 가깝다”고 보도했다.

수낵 총리의 연설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육기부재단(EEF)의 티퍼 램플 회장은 총리의 제안에 지지를 표한다며 “젊은이들에게 일상생활과 직장에서 필요한 실용적인 수학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의 대학지도자협회 측은 “수학 교사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여서 총리의 계획은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2021년 기준 영국의 수학 교사는 3만5771명으로 영어(3만9000명), 과학(4만5000명) 교사보다 적다. 이 때문에 수학을 전공하지 않는 교사가 수학 수업에 들어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영국국립교육연구재단이 영국의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2021년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비전공 교사가 수학 수업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교는 45%에 달했다.

노동당의 그림자내각에서 교육부 장관을 맡은 브리짓 필립슨 하원의원은 껍데기뿐인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매년 기존 교사들이 부족한 상황에서 총리의 공허한 공약은 이행될 수 없다”며 “노동부는 사립학교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줄여 그 돈으로 수학 교사를 포함해 6500명의 신규 교사를 뽑을 것이고, 이 나라의 교육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책이 ‘재탕’이라는 지적도 있다. 2011년 보수당 소속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시절 마이클 고브 교육부 장관은 영국의 모든 학생이 18세까지 수학을 의무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2021년에는 엔지니어링기술협회(IET)가 보리스 존슨 전 총리에게 초등 교과과정에 공학을 접목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영국 방송인 캐럴 보더먼 등 유명인들까지 나서서 이공계 의무 교육 확대를 주장했으나 끝내 관철하진 못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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