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용산 약 3km밖 접근했는데···9일만에 尹에 보고한 軍

민병권 기자 2023. 1. 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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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 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북한은 약 5년만인 지난해 12월 26일 무인기들을 다시 남침시켜 서울 등 수도권 북부 상공을 휘저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서울 비행금지구역 'P-73'(빨간색 동심원 2개)의 지정 현황. 각각 용산과 한남동 일대를 중심으로 약 3.7km 반경에 걸쳐 설정돼 있다. 자료제공=국토교통부

지난달 26일 서울 북부 도심 등을 휘젓고 다녔던 북한 소형 무인기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및 국방부 청사 근처에서 반경 약 3.7km에 걸쳐 있는 서울의 ‘P-73’ 비행금지구역 일부까지도 침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P-73 침범은 없었다고 강력히 부인하던 합동참모본부는 사후 검열을 통해 뒤늦게 이를 확인해 사태 발생 아흐레가 지난 후에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당시 우리 영공을 침범해 수도권 서부 및 북부지역 등을 날아다녔던 5대의 북한 소형무인기 중에서 서울에 진입했던 1 대가 당시 P-73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북한 무인기의 서울 진입 상황을 초 단위로 재분석하는 과정에서 확인됐으며 현재도 검열이 진행 중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및 김승겸 합참의장은 이 같은 내용을 지난 4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합참은 5일 기자단에 알렸다.

대통령실이 청와대에 있던 시절의 기존 서울 비행금지구역(P-73) 지정 현황. 청와대 주변의 한 지점을 기준으로 4.5해리(약 8.3km)에 걸쳐 지정돼 있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후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기존의 청와대 일대 등은 P-73구역에서 지정해제됐다. 출처=와우드론 비행지도
서울 비행금지구역 'P-73'(빨간색 동심원 2개)의 지정 현황. 각각 용산과 한남동 일대를 중심으로 약 3.7km 반경에 걸쳐 설정돼 있다. 자료제공=국토교통부

◇P-73구역이 뭐길래

P-73은 당초 서울 종로 청와대 인근의 한 지역을 중심을 반경 4.5해리(약 8.7km)에 걸쳐 설정돼 있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해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 국방부 청사 부지로 이전해 오면서 기존의 청와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했던 P-73은 해제됐다. 대신 그해 5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및 국방부 청사 인근의 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2해리(약 3.7km)를 ‘임시 비행금지구역’ 으로 지정했다. 이어서 윤 대통령의 관저가 한남동 일대로 이전함에 따라 당국은 지난해 8월 12일 해당 관저 인근의 한 지점을 주변으로 반경 2해리를 ‘추가 임시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2개 구역은 지난해 12월 22일부로 ‘임시’ 명칭을 뗀 정식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됐다. 현재는 이들 2개 비행금지구역을 합쳐서 ‘P-73’으로 부르고 있다. 각각 동심원 모양인 두 구역이 일부 교집합처럼 겹치기 때문에 두 구역을 합친 P-73을 지도 상에 그리면 마치 '옆으로 누은 눈사람 모양'처럼 보인다.

윤 대통령이 취임후 한동안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택에서 출퇴근했을 당시에는 서초동의 한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약 1해리(약 1.9km)가 별도의 임시 비행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했으나 한남동 관저로 윤 대통령이 거처를 옮긴 후부터는 서초동 일대의 임시 비행금지구역은 해제됐다.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들이 남침한 경로 설명도. 우리 군이 탐지한 5대의 북한 무인기중 1대(1번 경로)는 파주 및 김포 사이를 통해 한강 일대 상공을 거쳐 서울을 상공을 횡으로 진입한 뒤 되돌아서 고양시, 임진강 일대 등을 거쳐 빠져나갔다. 나머지 4대(2번 경로)는 강화도, 석모도 등의 경로로 침범해 서편으로 빠져나갔다. 주문도 밑의 헬기 그림은 당시 무인기들을 추격한 우리 공격헬기다. 자료제공=합참

◇서울 영공 어디까지 뚫렸나

이번에 서울까지 진입한 북한 소형 무인기는 P-73의 상공 중 일부를 지나가기는 했지만 대통령실에서 반경 3km 이내 상공까지 다가오지는 않았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따라서 P-73 중에서도 대통령실 일대를 기준으로 최소한 반경 3km 떨어져 있고, 최대 약 3.7km 이내에 있는 상공을 짧게 스치듯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대통령실 북측을 기준으로 할 때 해당 범위 내에 있는 지역은 정북 방향으로는 ‘종로구 소공동(대략 프라자호텔 일대)~중구 남창동(대략 남대문시장 일대)’ 범위가 들어간다. 대각선의 동북 방향으로는 신라호텔이 있는 중구 장충동, 필동, 충무로 등의 일부가 해당 범위 내에 걸쳐 있다.

이 같은 비행경로 추정에 대해 우리 군은 구체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 자칫하면 우리 군의 레이더를 비롯한 주요 방공자산 위치 및 성능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합참이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북한 무인기 이동경로 그림 포함)와 여야 의원들의 지적 사항 등을 종합해보면 남침한 5대의 무인기중 1대는 김포 및 파주 사이로 우리 영공을 침범해 한강 주변을 따라 한강 이북의 서편에서 서울에 진입해 동편의 중랑구 상봉역 일대 등까지 동쪽을 향해 횡으로 날아갔다. 이어서 유턴해 다시 서쪽으로 서울 및 경기도 고양시 등을 횡단하다가 임진강 등의 방향으로 북상해 우리 영공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서울 서대문구, 중구, 중랑구, 성북구, 은평구, 강북구 등의 일부 상공을 지나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연합뉴스

◇대통령실 일대 정찰했을까

만약 이번 무인기가 성능 좋은 카메라를 장착했다면 용산 대통령실, 국방부 청사 일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 등을 촬영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이 민수용 드론이나 디지털 카메라 등을 활용해 고화질로 원거리 촬영이 가능한 정찰용 무인기로 제작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는 민수용 드론 중에는 고화질로 수십배~수백배의 줌 영상을 자유자재로 촬영하는 기기들이 즐비하다. 세계 1위 드론 제조사인 중국 DJI가 근래에 출시한 신형 드론 ‘Matrice 30’의 경우 최대 200배 배율의 줌카메라와 고성능 광각 카메라 등을 탑재했다. 이 정도 고배율이면 4~5km밖 나무의 나뭇잎까지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불과 수십배 배율 줌의 민수용 중저가 디지털 카메라조차도 2~3km밖의 가게 간판 글씨까지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다만 이번 무인기에 정찰 카메라 등이 장착됐는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만약 카메라가 달렸다고 하더라도 촬영 영상의 해상도가 구글 지도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우리 군은 판단하고 있다. 이는 과거 우리 군이 수거했던 북한 무인기의 기술수준 등을 고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수년이 지났고, 북한이 중국 등에서 밀수 등으로 광학부품이나 기술 등을 확보할 수 있음을 감안할 때 북측 무인기의 정찰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야당 일각에선 “만약 북한이 용산 상공을 촬영한 사진이라도 공개하면 그때 가서 우리 군이 또 어떻게 변명할 것이냐"는 질타의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무인기가 남침한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서 나오는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관련 뉴스를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다.

◇비행금지구역 침범 왜 즉시 몰랐나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들이 우리 영공을 침범하려 내려올 때 우리 군은 군사북계선(MDL) 이북에서부터 이들 무인기로 의심되는 물체들을 포착했다. 이후 탐지, 식별을 통해 무인기임이 확인되자 공군 지휘전술통제기 겸 경공격기(KA-1), 육군 헬기(아파치, 코브라, 500MD) 등을 동원해 추격하기도 했다. 비록 이들 5대를 모두 놓치기는 했지만 적어도 즉각적으로 탐지했고, 이들 무인기 중 1대가 서울 북부지역(강북구, 은평구, 성북구 등) 일대를 지나갔다는 것까지도 식별해냈다. 그런데 서울의 일반 주거지역보다 한층 강화된 방공레이더와 드론대응장비들이 감시망을 펴고 있는 P-73 구역을 북한 무인기가 지나간 것을 곧바로 식별 못하고 아흐레가 지나서야 윤 대통령에게 사후 보고한 것을 놓고 과연 식별을 당시 못한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민감성 등을 고려해 곧바로 발표를 못한 것인지를 놓고 의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은 북한 소형 무인기가 P-73 구역 침범 당시 해당 항적이 아군 레이더에 탐지 및 소실을 반복했던 탓에 곧바로 무인기인지 새떼인지, 혹은 풍선 등인지 식별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시엔 해당 항적을 탐지한 아군 운영 요원이 유효한 항적 신호라고 판단하지 못했다가 최근 합참이 검열을 나가 초 단위로 무인기의 26일 진입상황을 분석해 주요 탐지신호들을 연결해보니 P-73 구역 북쪽 끝 부분에 무인기가 진입했음을 사후 확인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즉,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려 한 게 아니며 오히려 사후 검열을 통해 확인된 무인기 식별의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밝히기로 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29일 김승겸 합참의장 주관으로 경기도 양평군 가납리 일대에서 지상작전사령부와 각 군단, 공군작전사령부, 육군항공사령부 등이 참가한 가운데 적 소형무인기 대응 및 격멸훈련을 실시하는 모습. 합참은 이달 5일 오후에도 50여대의 항공전력과 주요 대공전력 등을 동원해 실사격까지 병행하는 드론대응 훈련실시했다. 사진제공=합참

◇드론대응 허점 보완하는 軍

군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드론대응 체계의 허점을 점검하고 보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그런 차원에서 합동참모본부는 5일 오후 1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응하는 합동방공훈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은 동부 및 서부로 나뉘어 실시됐다. KA-1 전술통제기 겸 경공격기, 코브라 공격헬기, 500MD 무장헬기 등 공중 전력 약 50대가 동원됐고, 지상의 발칸포, 비호복합, 천마 등 지대공무기들도 참여했다. 훈련 장소는 경기 파주 및 서울 동부권, 강원 양구·인제·속초 등이다.

이날 훈련에서 우리 군은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남침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를 위해 우리 군이 보유한 무인기를 표적기(가상의 적기)처럼 비행시킨 뒤 이를 탐지·추격하는 절차를 숙달했다. 또한 대천사격장에서 KA-1, 코브라 공격헬기로 실사격 훈련에 나섰다. 현장에서 KA-1가 표적 정보 등을 탐지해 전달하면 이를 전달 받은 코브라헬기가 실사격을 하는 방식이다. 500MD헬기에 탑승한 군 요원이 직접 드론건으로 무인기를 향해 방해전파를 쏴서 무력화시키는 훈련도 현장에서 병행됐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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