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시간도 꼬리색도 달랐던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햇빛이 배기가스 통과해 프리즘 현상”
“미래 우주산업에는 액체연료기술 필요 ”
지난달 30일 오후 6시쯤 전국 경찰서와 소방서에 “하늘에 미확인 비행체가 나타났다”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일몰 직후 어두워진 하늘에 무지개색 화염을 길게 늘어뜨리며 상공으로 솟구치는 비행체가 서울과 수도권, 충청도,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목격된 것이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6시 45분쯤 미확인 비행체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쏘아올린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라고 설명했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소형이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보내는 데 주로 쓰인다.
이번 발사는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에 대한 2차 시험이었다. 앞서 지난 3월 국방부는 대형 고체연료 추진기관,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 자세제어 등 각종 기술 검증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7월에는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하늘에 띄울 추진기관에 대한 연소 시험을 했다.
한때 국내에서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나로호에 이어 지난해 누리호를 잇따라 쏘아올리며 우주발사체 발사를 국민들도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은 채 극비리에 진행돼 혼란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 과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는 항우연이 쏘아올린 이전의 우주발사체와 무엇이 다른 걸까. 조선비즈는 국내 항공우주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하나씩 알아봤다.
◇왜 일몰 직후에 발사체를 쏘아 올렸나?
국방부가 시험 차원에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린 게 처음이 아닌데도 유독 이번 발사가 큰 주목을 받은 건 발사 시간 때문이다. 대낮이나 늦은 한밤 중에 발사체를 쐈으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몰 직후 햇빛이 조금 남아있는 시간에 발사체를 쏘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에서도 목격담이 여럿 나왔다.
국방부는 “비행경로에 있는 해상구역 안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민들 조업에 지장을 최소화하려 했다”며 “아울러 기상 상황을 비롯한 여러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발사 시간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안전 이유로 비행경로를 비우는 과정에서 어선들과 실랑이가 있었다는 관계자 증언이 한 언론을 통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하는 항행경보 상황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태안군 근흥면 인근 해안이 항행금지 구역으로 설정돼있다. 태안군 근흥면에는 이번에 발사가 이뤄진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이 위치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공위성 궤도 때문에 시간을 일몰 직후로 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효충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위성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원하는 지역 상공에 떠있도록 맞추려면 발사 시간도 세밀하게 계산해야 한다”며 “위성이 탑재됐다고 가정했을 때, 오후 6시쯤 발사체를 쏴야 위성을 원하는 궤도에 올릴 수 있다고 국방부가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시험 차원이었기 때문에 모형 위성을 탑재했지만, 추후 진짜 위성을 탑재해 발사할 상황까지 가정해 시간을 맞췄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발사체 뒤로 이어진 무지개색 꼬리는 뭘까
이번 고체연료 우주발사체가 움직인 경로 뒤로는 무지개색 꼬리가 뚜렷하게 남았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에 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춘 채 모바일 기기로 찍은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널리 퍼지기도 했다.
이는 ‘황혼 효과(Twilight Phenomenon)’라 불리는 현상이다. 김승조 서울대 기계항공학부 명예교수는 “일출이나 일몰 전후에 발사된 로켓이 성층권 너머를 지나면 배기가스에 햇빛이 통과하면서 일종의 ‘프리즘 현상’이 발생한다”며 “그럴 경우 보는 각도에 따라서 배기가스가 다양한 색깔을 띠게 되는데 이것이 황혼 효과”라고 설명했다.
◇왜 ‘고체연료’인가?
고체연료는 장기간 저장할 수 있고 이동을 비롯한 취급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저비용으로 단기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국방부는 앞으로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에 대한 추가 검증을 거친 뒤 실제 위성을 탑재해 우주로 발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국방부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건 위성 같은 우주 분야보다 군사 분야를 목적으로 한다는 설명이 더 타당하다. 김 명예교수는 “고체연료는 한 번 불이 붙으면 타들어가는 속도를 조절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군용 미사일처럼 한 번 발사하면 속도를 조절할 필요 없이 최고 속도로 목표 지점에 도달해야 하는 비행체를 만드는 데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액체연료는 발사체 내부에 연료를 계속 공급해주기 위한 배관 시스템을 만들기가 매우 복잡하다. 또 액체연료는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하다가 발사체를 쏠 때 온도를 순간적으로 높게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 기술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다만 액체연료는 고체연료와 달리 대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고체연료와 달리 연소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발사체 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해야 하는 임무는 주로 액체연료를 많이 쓴다.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도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때문에 차세대 우주 산업 진출에 필요한 기술로는 고체연료보다는 액체연료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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