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②] 배지환의 험난했던 ML 도전기, 후배들에게 강추하는 이유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 김성철 영상기자] “메이저리그에 한국 선수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야구 선수가 미국 생활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국내에서 초특급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고 미국행 비행기를 탑승하는 순간 세계 각국에서 모인 톱클래스 선수들과 경쟁을 펼친다. 언어 장벽 때문에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배지환(24·피츠버그 파이리츠)은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빅리그 무대에 섰다.
경북고 출신인 배지환은 2018년 피츠버그와 계약을 맺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 진출을 선택했다. 투수가 아닌 야수이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다. 배지환은 “내가 투수라면 한국에서 실력을 입증한 뒤 미국에서도 ‘내 공이 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나는 타자다. 외국 투수들의 공을 눈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미국으로 건너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또 KBO리그에서 뛴 후 포스팅(비공개 입찰방식)이나 FA 자격을 얻었을 때 미국에 갈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선수가 될 수 있을지 의문도 들었다. 기회가 생겼을 때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또 마이너리그 생활도 많이 개선됐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전하는 데 큰 두려움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바라보며 영어를 익힌 것도 큰 힘이 됐다. 중학교 시절부터 영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배지환은 “중학교 때부터 고졸 선수가 미국에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혹시 모르니까 준비를 해왔다. 미국에서는 생존형 영어로 버텼다. 나중에는 통역 없이 영어를 해보려고 노력했다. 미리 준비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준비했던 메이저리그 진출. 그리고 배지환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독하게 마음을 먹고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생각보다 힘든 생활이 이어졌다. 특히 말동무가 없어 힘들었다. 그는 “확실히 힘들긴 했다. 이동거리도 멀고 말동무 하나 없었다. 외로운 게 가장 컸다. 또 매일 경기가 있다 보니 성적에 따라 감정이 요동치더라. 잘된 날은 ‘미국 생활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잘 안 풀리는 날에는 ‘미국 생활이 진짜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메이저리그를 가려면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며 웃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지만, 후배 선수들에게 마이너리그 생활을 추천하는 배지환이다. 이적 제안이 있다면,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도전하는 길을 택하라고 조언한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해 후배들을 돕겠다는 꿈도 그린다.
배지환은 “나도 미국 나갈 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겨우 나가게 됐다. 겪어보니까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추천한다. 내가 추신수 선배처럼 훌륭한 커리어를 쌓는다면, 더 말에 힘이 실리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어린 선수들이 두려움과 편견 없이 미국 무대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조원빈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었고, 올해는 엄형찬이 캔자스시티 로열스로 향한다. 배지환은 “후배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다. 원빈이는 특히 애틋하다. 미국에 오고 싶은데, 코로나19 때문에 스카우트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많이 없었다.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다들 잘되길 바란다”며 후배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그는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일본과 비교해도 확연히 적다. 배지환은 더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길 바란다. 배지환은 “동양인 선수들은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다. 미국인은 미국인끼리, 라틴계 선수들은 또 그들끼리 그룹을 형성한다. 동양 선수들은 많지 않다. 한국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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