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싸움, 문화유산인가 동물학대인가… 존폐 논란

이소연 기자 2023. 1. 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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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를 폐지하라." 지난해 12월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의회 앞.

프랑스뿐 아니라 투우 종주국 스페인에서도 소싸움을 놓고 민속유산이냐 동물학대냐는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최근 시민단체는 물론 학계에서도 동물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소싸움을 존치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소싸움대회는 명백한 동물학대에 해당하지만 이 법은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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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를 폐지하라.”

지난해 12월 24일(현지 시간) 프랑스 의회 앞. ‘투우 금지’라고 쓰인 팻말을 손에 쥔 시민들이 “고문은 쇼가 아니다. 투우를 금지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바로 반대편에선 프랑스 투우협회 등 투우 지지자들이 모여 “투우는 지역의 문화유산이자 경제 상품”이라고 반발하는 맞불시위를 열었다. 의회에 발의됐던 ‘투우 금지 법안’이 이날 철회되자, 투우 존폐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한 자리서 맞붙은 것. 프랑스뿐 아니라 투우 종주국 스페인에서도 소싸움을 놓고 민속유산이냐 동물학대냐는 논란이 뜨겁다.

경북 청도군에서 열린 소싸움대회 모습. 정월대보름 무렵 마을을 대표하는 소가 맞붙어 힘을 겨루던 민속유산으로, 현재까지 대구와 경북 청도, 경남 의령, 진주, 김해, 창원, 전북 정읍 등에서 연중행사로 열리고 있다. ⓒ주병수

지난달 전북 정읍시의회가 소싸움대회 개최를 명목으로 올해 시 예산안에 2억8515만 원을 편성하면서 국내에서도 소싸움대회를 둘러싼 존폐 논란이 제기됐다.

소싸움은 경북 등 가야문화권에서 정월대보름 무렵 행해지던 민속행사다. 민속 문화재 전문가인 전경욱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서로 다른 두 마을을 대표하는 소가 맞붙는 소싸움을 통해 마을이 단합돼 농경공동체를 지탱해왔다”고 평했다. 하지만 최근 시민단체는 물론 학계에서도 동물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소싸움을 존치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됐지만 현행법상 동물학대는 아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도박·오락·유흥 등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학대’라고 규정한다. 이 법에 따르면 소싸움대회는 명백한 동물학대에 해당하지만 이 법은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지정한 11개 지방자치단체장이 주관하는 소싸움 경기는 제외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A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위원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동물보호법 예외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는 민속유산이 자연 소멸하는 것 역시 민속유산의 생리”라며 “동물보호법 예외조항을 폐지한다면 ‘개고기 식용 문화’처럼 점진적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소싸움대회가 오늘날 반드시 존재해야 할까요. 지금의 시대정신과 맞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A 위원)

소싸움대회를 존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 역시 전통 가치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현재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소싸움대회는 자신이 응원하는 소에 돈을 거는 사행성 게임처럼 변질돼 본래 소싸움이 지녔던 농경사회 결속이라는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소싸움 중 가장 유명한 경북 청도 소싸움대회을 운영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8일부터 7월 3일까지 열린 ‘청도소싸움대회 최강자전’에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해 14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민속유산이라는 가치보다 문화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커진 셈이다.

정 학예연구관은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민속유산으로서 소싸움은 보존 가치가 있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갈 것이냐, 이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추수철 농촌 마을을 한 데 묶어주는 옛 가치를 회복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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