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요금 인상분 왜 사측이 다 가져가나···노조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택배 상자들이 배달을 위해 분류돼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택배요금이 인상됐지만 배송기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5일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유가와 물가 폭등으로 실질임금이 삭감되고 있는 택배 노동자들은 요금인상 배분에서 배제됐다”며 “사회적 합의 이행 차원에서 올해 택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지만 노동자 처우개선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올해 1월1일부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택배요금을 박스당 평균 122원 인상하기로 했다.

택배노조는 “이번 택배요금 인상에 따른 배송기사의 수수료 인상은 박스당 4~5원, 월 2만~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집화 기사의 경우 목표 인상액 미달 시 집화수수료에서 미달액 차감, 주요 구간 집화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오히려 물량감소와 급여 삭감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택배요금은 2021년 4월 170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1월에도 100원 올랐다. 올해까지 2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400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명분으로 요금은 인상하면서 혜택은 다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합의기구는 2021년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논란이 된 이후 정부·더불어민주당·택배사·택배노조·화주단체 등이 주체가 돼 만들었다. 그해 6월 사회적 합의기구가 발표한 ‘택배 노동자의 과로방지 대책 2차 합의문’에는 ‘택배요금 인상분 택배기사 처우 개선에 최우선적 활용’ ‘택배 노동자 2022년 1월1일부터 분류작업 제외’ ‘작업시간 주 60시간으로 제한’ 등이 담겼다.

택배노조는 “지난 22년간 단 한 차례도 올리지 못하고 떨어지기만 했던 택배요금을 사회적 합의란 명분으로 1년 반 사이에 무려 세 번 올렸다”며 “그 금액만 박스당 400원에 육박한다. CJ대한통운의 연간 물량이 18억 박스가량임을 고려한다면, 연간 7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택배요금 인상이 사회적 합의와 아예 관련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원가상승과, 작업환경 개선, 미래투자재원 확보 등이 반영돼 인상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가이드상 평균이 122원이고 실제는 개별 고객사화 협의를 해야 한다. 개인고객 택배비 동결 및 고객사 부담 최소화를 위해 대리점연합과 여러 차례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임금인상을 요구할 통로,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며 “물가폭등으로 삭감되는 실질임금을 보전할 교섭 창구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또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택배노조는 오는 9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구체적인 투쟁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