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워서 타자도 못 칠 판” 출연연 연구자들 ‘공공기관 17도 제한’ 헌법소원 낸다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인 ‘다누리’ 취재를 위해 지난달 8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을 방문했다. 겨울이 시작됐지만 이날 바깥 날씨는 포근한 봄기운이 돌았다. 하지만 항우연의 연구자들을 만나기 위해 건물 안에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쌌다.

바깥보다 추운 것 같다고 하자 항우연 연구자는 “가뜩이나 오래된 건물이라 한기가 도는데 공공기관 실내온도 제한 때문에 난방을 하지 못하니 건물 안이 오히려 더 춥다”고 했다. 누리호와 다누리,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한국 우주 탐사의 심장부였지만, 정작 연구자들은 실내에서도 핫팩과 보온병, 담요에 의지해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사무실 입구에 공무원이 공공기관 실내 난방온도 제한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들이 정부의 공공기관 실내 난방온도 제한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5일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과 법조계에 따르면, 과학기술계 출연연 소속 직원 8명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정부의 공공기관 실내 난방온도 제한에 대해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에너지사용의 제한에 관한 공고를 통해 이번 겨울 공공기관 실내 평균 온도를 섭씨 17도로 제한했다. 실내 평균 온도를 18도로 제한한 예년보다 1도를 낮춘 것이다. 또 전기에너지 사용비중이 60% 미만이면 2도를 올릴 수 있도록 한 예외규정도 이번에는 삭제했다.

강천윤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위원장은 “정부가 불시점검을 해서 실내온도 17도보다 높으면 과태료 부과나 언론보도를 통한 망신주기, 기관평가 등과 연동시키겠다고 해서, 17도보다 한참 아래로 설정하고 일하고 있다”며 “너무 추워서 일하는게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헌법소원 청구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일과사람의 손익찬 변호사는 “실내온도가 18도보다 내려갈 경우 면역력 저하, 혈압 상승, 혈액 응고 등이 발생하여 건강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실내온도가 떨어질수록 뇌로 가는 혈류량이 낮아져서 생각을 하기가 어려워지고, 손발의 온도도 내려가서 오타가 자주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계 출연연 연구자들은 정부의 공공기관 실내 난방온도 제한이 대통령실과 국회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손 변호사는 “난방카스트의 최상층부는 이 공고의 적용을 전혀 받지 않는 국회, 법원, 대통령실 등 일부 기관”이라며 “장애인 의무고용이나 노약자를 위한 편의시설 설치 규제는 동일하게 받으면서도, 난방규제만 피해가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대통령실이나 법원이 공고에서 빠져 있는 건 맞지만 자체적으로 실내 난방온도 제한 조치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통령실도 행정부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정부부처, 공공기관과 동일하게 난방온도 제한, 조명 소등 등 에너지 절감 조치를 모범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며 “국회 등의 헌법기관도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에너지 절감 조치에 동참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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