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m 초근접 위협 비행한 건 美정찰기” 中, 남중국해 영상 맞불 공개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중 군용기가 위태롭게 초근접 비행하는 영상을 중국군이 최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지난달 29일 미군이 중국 전투기가 미국 정찰기에 6m 거리까지 접근해 위협 비행했다고 비난하자 중국군이 “미국 정찰기가 위험을 초래했다”고 반박하며 대응에 나선 것이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지역으로, 중국의 통제 강화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맞서면서 미·중 갈등의 화약고가 됐다. 최근에는 미·중의 군사 행동이 이곳에서 빈번해지면서 양측의 우발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21일 미 공군 RC-135 ‘리벳조인트’ 정찰기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J-11 전투기가 초근접 비행하며 위협했고, RC-135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을 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RC-135가 촬영한 당시 영상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중국 전투기가 다가오자 미군 정찰기가 접근을 피하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미 사령부는 “중국 전투기가 합법적이고 일상적인 작전을 수행 중이던 RC-135에 대해 안전하지 않은 비행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군은 미군 발표 이틀 뒤에 중국 전투기가 찍은 영상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남부전구 사령부가 지난달 31일 오후 9시 공식 웨이보에 올린 30초짜리 영상에는 미국 정찰기가 중국 전투기 옆으로 따라 붙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담겼다. 남부전구 사령부는 “중국 측은 미군 정찰기를 안전하게 따라다니며 감시했으나, 미군 정찰기가 중국 측의 경고를 무시하고 갑자기 비행 방식을 바꾸며 중국 군용기를 (미국 정찰기의) 왼편으로 몰아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군 정찰기의 위험한 접근 기동은 중국 군용기의 비행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는데도, 미군은 여론을 조작하고 흑백을 전도했다”고 비판했다. 중화망 등 중국 매체들은 5일 중국군의 영상을 소개하며 “미군의 거짓말이 증거 앞에 탄로났다”고 했다.
미국 CNN방송은 4일 “중국 전투기가 필요 이상으로 미군 정찰기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미군 정찰기가 ‘회피 기동’을 했다는 설명은 과장됐다”고 분석했다. 한 전직 호주 공군 장교는 CNN에 “중국 전투기가 사고를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가까이 비행하는 것의 이점이 없다”면서 “(중국 전투기가) 고화질 카메라로 상황을 녹화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사건은 중국군이 사전 계획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R-135는 속도가 느린 대형 항공기이기 때문에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는 책임은 속도가 빠르고 기동력이 높은 중국 전투기에 있다”고 말했다. 미 공군에서 R-135와 유사한 정찰기를 조종했던 한 조종사는 “중국 전투기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없지만, 미군이 R-135가 ‘회피 기동’을 했다고 표현한 것은 과장됐다”면서 “다른 차량이 차선을 침범하려고 할 때 위치 조정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레이크 헤르징거 미국기업연구소 인도·태평양 국방정책 전문가는 “이번 미·중 군용기 근접 비행에서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나 장비 문제가 발생했다면 1초도 안돼 끔찍한 사고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지난 6월에도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비행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 언론은 중국 전투기 Su-30이 미군 수송기 C-130을 위협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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