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새해 첫 정상외교 상대는 ‘친미’ 마르코스…관영매체 “새로운 황금시대 돌입”
남중국해 갈등 뒤로 하고 14개 협력 문서 체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안방에서 새해 첫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첫 대화 상대는 ‘친미 행보’를 보여 온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다.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도 시 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집권 3기를 본격화하는 올해 시 주석의 외교 행보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5일 시 주석과 마르코스 대통령의 전날 정상회담 성과 등을 담은 양국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양측은 성명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이 3~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 우호적이고 성과가 풍부한 회담을 갖고 리커창(李克强) 총리,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도 회견했다”며 양국이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과 해상 문제 소통을 포함한 14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르코스 대통령은 신년 초 이뤄진 이번 방문에서 중국과 중국 국민에 대한 진지한 우호와 우정, 중국·필리핀 관계의 미래 발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보여줬다”며 “두 정상은 각자의 국가 발전 과정에서 더 강력한 상호 지원을 하고 양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의 군사·경제적 요충지로 미국과 중국이 서로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나라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노골적인 친중 해보를 보여온 반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처음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했고, 10월에는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인근에서 미국과 합동 군사 훈련을 하기도 했다. 미국 역시 지난해 8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11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직접 필리핀을 방문해 남중국해에서의 안보 협력을 약속하는 등 중국 견제의 요충지가 될 수 있는 필리핀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 방중으로 마르코스 대통령이 미·중 사이에서 본격적인 줄타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마냥 거리를 둘 수 없는 입장이다. 필리핀은 지난해에도 식량난이 가중되자 농업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중국에 15만t의 비료 공급을 요청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이견을 통제하며 해상 석유·가스 개발 협상을 재개하고 농업과 인프라, 에너지, 인문 등 4대 핵심 영역의 협력을 심화하며 국방, 안보, 과학기술, 무역투자 분야에서도 협력 경로를 넓히기로 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두 정상은 남중국해 정세에 대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고 남중국해 분쟁이 양측 관계의 전부가 아님을 강조했다”며 “정상들은 이견을 적절히 관리·통제하는 데 동의하고 양국 외교부간 직접 소통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양측은 양자 무역을 더욱 발전시키고 코로나19 이전의 양국 무역액을 회복하고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며 양측이 필리핀 수출 제품의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자본 시장과 상업 분야 협력 등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회담에 대해 “중국과 필리핀 관계가 새로운 황금시대에 돌입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마르코스 대통령의 방중 성공은 미국 같은 외부 세력이 남중국해 문제에 개입하고 양국의 공동 발전 노력을 방해할 여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5∼6일에는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글로벌타임스는 “두 나라 모두 아시아 국가이자 중국과 공통 관심사를 갖고 있고 2023년 중국을 방문한 첫 외국 지도자”라며 “이번 외교 활동은 중국이 주변 지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중국과 더 깊은 협력을 모색하는 나라가 늘고 있는 추세를 미국이 방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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