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출마포기...김기현 윤심 선점·낮은 지지율 영향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당권주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5일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한 배경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얻기에 실패하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이유에 대해 "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출마할 경우 윤심이 작용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낳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여론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이미 여의도에 전당대회 캠프 사무실을 구했고,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는 등 다른 당권주자 행보를 해왔다. 당초 오는 6일 당대표 출마선언이 예정돼있었지만 하루를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권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윤심을 얻지 못한데다 지지율이 낮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권 위원은 이번 전당대회 주자들 중 윤석열 대통령의 정권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한 인물로 평가된다. 권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 결심부터 경선, 대선까지 옆에서 보좌한 공신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7일 관저에 입주하고 보름 뒤 가장 먼저 윤심으로 꼽히는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과 부부동반 만찬을 했다.
해당 만찬은 사실상 윤 대통령이 대선 공신들을 불러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기에, 참석자들은 다시 한번 윤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권 의원은 대선 기여도와 윤 대통령의 관계측면에서 김기현 의원을 능가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윤심은 김기현 의원으로 향했다. 이미 정권 초기 원내대표를 한 권성동 의원이 또 당대표가 될 경우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주요 요직을 다 한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은 정권의 존폐를 결정지을 매우 중요한 선거로, 윤 대통령의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친윤 색채가 옅고 합리적인 인상을 주는 김기현 의원이 나을 거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당권주자 중 유일하게 윤 대통령과 단독으로 3시간 동안 만찬회동을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17일에도 윤 대통령의 초청으로 기독교 지도자 만찬자리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김 의원을 두 차례나 관저로 불러 식사를 하고, 핵심 측근인 장 의원과 연대하게 했다는 점은 윤심이 미는 유일한 후보는 김 의원이라는 점을 당원과 다른 후보들에게 보여준 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대통령실와 협조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대표 선거에서 암묵적인 대통령실 지지가 필요하다.
이미 대통령실이 차기 당대표로 김기현 의원을 점찍은 상황에서 섣불리 출마선언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권 의원이 끝까지 출마를 고집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출마선언을 하고 난 뒤 김기현 의원과 단일화를 하는 것보다 선언 전 깔끔하게 물러나는 모습이 자신이 만든 대통령을 향한 예의로 비쳐질 수도 있다.
권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에서 윤 대통령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 "대통령과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대통령실에서 지난 4일 사람을 보낸 권 의원에게 불출마를 설득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권 의원은 현재 윤심 없이 지지도만을 무기로 대통령과 자신의 직책을 '조율'하겠다고 언급해 대통령실의 반발을 산 것으로 알려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차별화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권 의원이 총선 승리를 위해 먼저 선당후사(개인의 안위보다 당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통령과 당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의 또 다른 이유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도 꼽힌다.
뉴시스가 신년을 맞아 지난해 12월 27~29일 실시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권 의원은 9명 주자 중 8위(2.0%)를 차지했다.
1위인 나 부위원장이 30.8%, 2위인 안철수 의원이 20.3%, 3위인 김기현 의원이 15.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권성동 의원은 최근 시사풍자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 '주기자가 간다'코너에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홍준표 이재명 등 대선주자들이 출연한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 외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의 접촉도 늘렸지만, 당 지지도가 쉽게 오르지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는 바꿔 당원투표 100%와 결선투표제를 도입했다. 보통 당원투표로만 당대표를 뽑는다면 윤심이 작용했거나 지지도가 높은 후보가 유리하다. 출마를 고집했다 현역 의원이 컷오프를 당할 경우 입을 정치적 타격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이날 권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구정 설 연휴 전까지 친윤 후보 간 교통 정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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