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무인기 침투 범위 진짜 몰랐나…뒤집힌 결과에 파장 확산
野, 청문회 카드 만지작하며 ‘안보 무능’ 총공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북한 무인기 침투 사태가 군의 부실 경계·대응을 넘어 또 다른 국면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12월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중 1대가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다.
그동안 군과 정부가 밝힌 것과는 정반대되는 결과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군의 정보 수집 및 판단, 보고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합참 "北무인기 비행금지구역 스치듯 지나가" 입장 번복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북한)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다만 군은 북한 무인기가 P-73을 침범한 정확한 지점이나 침범 거리 등 구체적인 정보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무인기 침투 범위에 대한 질문에 "(P-73을) 스치고 지나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배경에 대해 "앞서 예하부대의 보고 자료엔 (북한 무인기 추정 항적이) 없었다"며 "그러나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서 점검을 나가 앞선 보고에서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던 항적 몇 개를 하나씩 면밀히 찾아보니 '이게 (북한 무인기) 항적일 수도 있겠다'고 해서 결과론적으로 좀 뒤늦게 찾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은 대통령 집무실 부근 특정 지점을 근거로 3.7㎞ 반경으로 설정됐다. 용산구와 서초·동작·중구 일부도 포함된다.
북한과 관련한 중차대한 안보 사안을 놓고 군이 입장을 뒤집으면서 사태는 일파만파하고 있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침투했다는 분석은 사태 초기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군은 무인기가 '서울 북부' 지역에서만 비행했다고 주장했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까지 나서 "용산까지 오지 않은 건 확신한다"고 확언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비행금지구역 통과 가능성을 재차 언급하자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얘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강력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밀분석을 진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인기 궤적을 공언한 것으로 드러났고, 내용조차 틀린 점이 확인되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 분석 결과를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野, 청문회도 만지작 "진상 밝히고 장관 문책해야"
더불어민주당은 군의 이번 발표 번복이 '안보 불안'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됐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에 대한 경질 및 문책도 요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무능한 정부가 펼치는 안보 불안의 끝은 어디인가"라며 "진상을 철저히 밝혀 작전·경호 실패를 거짓으로 덮으려 한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경호처장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를 방문해 북한의 무인기 침투 당시 군의 대응을 점검할 방침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 있을 때는 대공 방어망이 촘촘하게 구축돼 있었다"며 "그런데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방공 진지가 부적합한 장소에 많이 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졸속 이전이 안보 공백으로 이어졌다는 게 입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사태를 정조준하며 청문회 카드도 꺼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조사에 준하는 청문회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을 추진해 안보 구멍, 경호작전 실패에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여당도 발표 번복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던 것으로 드러난 데 대해 "(당시) 국방부 장관이 그렇게 (용산 침투 가능성을 부인하는)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던 과정에 대해 자체 조사가 필요하다"며 "사과하고 내부 조사를 해서 당시 그런 단정적인 답변이 나오게 된 데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 이번에 한번 확실히 손을 좀 봐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전국 ‘석면 학교’ 명단 공개 - 시사저널
- [단독] ‘전처’가 밝힌 대우산업개발 한재준의 실체…“이 정도면 리플리 증후군” - 시사저널
- 범죄영화 뺨쳤던 ‘라임 몸통’ 김봉현의 도주극 - 시사저널
- 동성제자 5명 성추행 혐의 男교사 구속송치…전수조사선 피해사례 ‘무더기’ - 시사저널
- ‘中 비밀경찰서 의혹’ 중식당 대표 “정상적 영업장소…유료 설명회 열 것” - 시사저널
- [단독] “모든 것은 목사의 것” 신도 딸 수차례 성폭행한 ‘인면수심’ 목사 - 시사저널
- 팔리지 않는 아파트, 그 씁쓸한 추억 - 시사저널
- [단독] 가짜 이력으로 대우산업개발 CEO까지…‘두 얼굴’ 한재준의 실체 - 시사저널
- 이어지는 연말 술모임…숙취 더 악화시키는 해장법 3 - 시사저널
- ‘10초’ 만에 조기사망 위험 예측하는 방법 있다?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