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이지 않는 ‘올해의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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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될 때마다 '결심'하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은 번번이 깨졌다.
그래도 2022년 '올해의 결심' 하나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올해의 결심'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21> 칼럼 필자들이 나를 멈칫하게 했다.
2022년 <21> '결심'의 연장선에 있는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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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새해가 될 때마다 ‘결심’하지만, 스스로와의 약속은 번번이 깨졌다. 2022년 새해가 밝아올 무렵, 무슨 다짐을 했는지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2022년 ‘올해의 결심’ 하나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7월 <한겨레21> 통권호 주제를 ‘비건’(Vegan)으로 정하고 나서 고민에 빠졌다. 비건이 평소 신념은 아니었지만, 털끝만큼이라도 노력해봐야 할 것 같았다. 기자들의 취재 메모와 관련 자료를 읽으며 망설임은 결심이 됐다. 그렇게 대단치 않은 결심을 했다. 완전한 채식주의자, 비건은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았고 ‘고기를 (가급적) 먹지 말자’고 다짐했다. ‘지구를 위해서’라는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고기보다 술을 먼저 끊어야 했다. 그저 ‘비건 비긴’ 통권호를 만드는 편집장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통권호를 발간할 때까지만, 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엔 백일 동안 마늘을 먹는 심정으로 백일까지만, 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그동안 고기를 아예 안 먹었다고 할 수는 없다. ‘비덩’(고기를 덩어리째 먹지 않는 것), 또는 상황에 따라 육식도 하는 플렉시테리언에 가까웠다. ‘올해의 결심’을 포기하고 싶어질 때마다 <21> 칼럼 필자들이 나를 멈칫하게 했다. ‘시골 수의사의 동물일기’(허은주)에서 ‘왜 개와 고양이는 생명이고, 소는 상품일까’라는 질문을 마주했기에, ‘살리는 밥상’(초식마녀)에서 ‘감자는 파종부터 수확까지 100일이 걸리는데 닭은 35일 사육된 뒤에 치킨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조금만 더 노력해볼 수밖에 없었다.
이번호 표지이야기는 ‘무엇을 먹을 것인가’다. 예상하시겠지만, 잘 먹고 잘 사는 비법은 아니다. 단순히 ‘나의 건강한 삶’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유기농작물을 생산하고 소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2022년 <21> ‘결심’의 연장선에 있는 기획이다. BTS 앨범 《버터》 표지사진을 찍은 강원도 삼척 맹방해변 근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문제를 다룬 ‘누가 우리 버터를 녹이나’(제1423호)를 시작으로 <21>은 기후 문제를 표지이야기로 여러 차례 다뤘다. ‘비건 비긴’ 통권호(제1424·1425호), 9·24 기후정의행진을 즈음해 제작한 ‘기후 묵시록’(제1431호), 쌀값 폭락과 기후 문제를 연결한 ‘갈아엎은 논에도 봄은 오는가’(제1433호)까지.
유기농이 기후위기의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다만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리는 것이 한국 농업의 95%(재배면적 기준)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일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량까지 줄이는 데 보탬이 되는 유기농산물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박기용 기자가 강추한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지구의 건강과 우리 건강은 연결돼 있어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면 그 영향이 지구에도 미쳐요.” 더불어 농약 검출 여부로만 유기농을 판별하는 국가인증제의 문제점과, 생산·소비 주체가 직접 먹거리 관리·점검에 나서는 ‘참여인증제’ 같은 대안도 짚었다.
2023년, 새로운 결심도 했다. <21>이 ‘좋은 기자 인큐베이터’ 구실을 하겠다던 과거 약속의 연장선이다. 4주간 같이할 교육연수생을 모집한다. 함께 꿈꿀 여러분을 기다린다.(자세한 내용은 https://h21.hani.co.kr/arti/reader/together/53155.html 참조)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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