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태원 참사 두 달 넘도록 미뤄진 구조활동 평가···특수본 수사 핑계로 자료 안 내
경찰청 등 ‘수사 영향’ 이유로 미제출
장혜영 “명백한 위법이자 책임 방기”
정부가 이태원 참사 발생 7일 이내에 실시해야 할 ‘긴급구조활동평가’를 참사 발생 두 달 넘도록 시작하지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 등 관계기관들이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등을 핑계로 소방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국조특위)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5일 서울소방재난본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참사 발생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1일 긴급구조활동평가를 위해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중구 보건소,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시, 용산구에 같은 달 3일까지 구조활동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기관들은 모두 특수본 수사 등의 이유로 평가 연기를 요청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현장에 참여한 각 기관들의 활동 내용을 받아 별도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평가해야 하나, 대부분의 기관들이 활동사항 제출 연기로 실질적인 평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긴급구조평가 회의를 연기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중앙통제단장과 지역통제단장으로 하여금 재난상황이 끝나면 긴급구조지원기관의 활동에 대해 종합평가를 하도록 규정한다. 소방청 훈령인 긴급구조대응활동 평가에 대한 규정에 따르면 소방은 긴급구조활동 종료 후 7일 이내 평가단을 구성해 21일 동안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평가 자료에는 긴급구조대응계획, 재난활동보고서, 통제단 운영일지, 대응활동에서 촬영됐던 동영상·사진·녹음자료 등이 포함된다.
관계기관들은 경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료 양식을 보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 국조특위 현장조사·기관보고 등을 통해 대부분 확인된 내용들이었다.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지난 1일 서울시에 보낸 공문을 보면 소속, 동원사항, 재난상황 인지시간, 인지 후 조치사항, 현장도착 시각 및 인원, 시간대별 현장활동 및 조치사항 등을 제출하도록 했다.
장 의원은 “긴급구조활동평가는 현장 응급처치, 사상자 명단 관리 및 발표, 현장 통제대책 등 재난 대응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평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특수본 수사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평가 활동을 진행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위법이자 책임 방기”라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관계기관에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찾아나가는 단초가 될 긴급구조활동평가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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