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온갖 문제의 해결사... 그래서 COO는 '엄마'다 [C레벨 탐구]
편집자주
스타트업엔 유난히 다양한 C레벨(분야별 최고 책임자)이 있습니다. 강점을 가지려는 분야에 최고 책임자를 두기 때문입니다. C레벨을 보면 스타트업의 지향점도 한 눈에 알 수 있죠. 스타트업을 취재하는 이현주 기자가 한 달에 두 번, 개성 넘치는 C레벨들을 만나 그들의 비전과 고민을 듣고 독자들과 함께 나눕니다.
②이연주 생활연구소 COO
벤처나 스타트업에 존재하는 C레벨(영단어 Chief로 시작하는 분야별 최고책임자) 중에 언뜻 역할을 이해하기 어려운 자리가 바로 최고운영책임자(COO)다. CFO는 재무(Finance), CIO는 정보(Information), CMO는 마케팅(Marketing)을 책임진다 생각하면 되지만, COO가 총괄하는 운영(Operation)이라는 개념은 한 번에 다가오지 않는다. 최고 임원 CEO의 오른팔 격인 COO는 보통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 업무를 책임지는 자리다.
스타트업 COO를 이해하기 위해 가사도우미(청소대행) 서비스 회사의 예를 들어보자. 청소서비스를 이용하려면 ①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서비스를 받을 날짜, 시간, 집주소를 입력해야 한다. 이어 ②청소 유형, 집 평수, 아이와 반려동물 유무, 청소 도구 등 세부 정보까지 적고 나면 해당 조건에 최적화된 '스마트 매칭'이 이뤄진다. 그리고 ③담당 매니저가 내 집을 방문해 표준화된 청소 서비스를 제공한다.
①→②→③에 이르는 과정이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서비스 회사에선 누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까? 앱 서비스와 오프라인 서비스가 막힘 없이 이어져, 고객에게 제대로 만족을 줄 수 있는 과정을 항상 점검하는 사람이 바로 COO다. COO는 서비스의 통로를 항상 점검하고 보수해야 하는, 이를테면 회사의 배관공 역할을 담당하는 임원. 청소 매니저와 고객을 연결하는 플랫폼 '청소연구소'의 운영 회사 생활연구소에선 이연주(41) COO가 이런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직원들이 부르면 즉시 달려가 애로사항을 뚝딱 해결해주는 이 COO의 역할은 때론 '엄마'에 비유되기도 한다. 신규 서비스를 제대로 육성해내는 일도 COO의 책무 중 하나다. 실제 연년생 두 딸을 둔 워킹맘이기도 한 이 COO는 다음과 카카오에서 14년간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다, 2017년 카카오 사내 팀원 5명과 함께 청소연구소 창업에 뛰어들었다. CEO나 CFO에 비해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COO. 그가 하는 일을 통해 스타트업 COO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COO는 회사의 운영을 총괄하는데, CEO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CEO는 회사 전반과 사업 방향의 큰 틀을 만듭니다. 그리고 COO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은 시점부터 필요한 제반 운영 요소들을 만들어 나가요. 청소 매니저를 가르치는 교육센터, 고객의 민원을 듣고 해결하는 고객센터 등 서비스와 연동되는 운영 시스템을 안착시키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또 특정 부문에 문제가 생기면 COO가 개입해 각 팀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서비스가 물이고 회사 내 부문별 팀이 파이프라고 한다면, COO는 물이 잘 흐르도록 파이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사람이에요."
-청소연구소 COO실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예를 들어 주세요.
"청소 매니저와 고객 상담을 하고 있는 정책기획팀이 COO실의 가장 핵심입니다. 단순한 상담 업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매니저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운 상황에 대해 전화 또는 채팅으로 상담을 합니다.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상담 내용을 새로운 정책으로 만들기도 하죠."
-교육팀도 COO 담당인가요?
"네. 저희 회사의 교육 과정에 합격한 분만 청소 매니저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교육팀은 이 교육 과정을 담당하죠. 사실 매니저들의 경력은 매우 다양합니다. 이 분들이 각기 다른 현장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죠. 이와 별도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서비스 기획, 디자인하는 프로덕트(제품)팀도 COO실에 속해 있습니다."
-많은 기능을 관장하고 계시네요.
"저는 기획자로 20여년 일해 왔어요. 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일을 한 시간이 그 중 가장 깁니다. 사실 서비스를 잘 만든다고 해서 운영까지 저절로 되는 건 아니거든요. PM이나 COO 모두 낳은 자식(제품)을 잘 키우는 엄마 역할 같은 거에요.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직원들이 마치 엄마를 찾듯 제 영어 이름 '올리비아'를 외치고, 저는 직원들에게 달려갑니다."
-청소연구소는 어떻게 시작된 서비스인가요?
"대학 졸업 후 2004년 다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를 사내에서 만났죠. 2014년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되면서 카카오에서 연 대표와 다시 인연이 닿았습니다. 연 대표는 아들 셋, 저는 연년생 딸 둘을 둔 워킹맘이어서 육아와 가사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마침 카카오에서 가사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연계) 서비스를 기획하는 일을 함께 했지만, 서비스 출시가 불발됐습니다. 하지만 팀원들 모두 가사도우미 서비스가 성공할 거라는 확신은 있었어요. 그래서 팀원 6명이 다같이 카카오를 퇴사해 회사를 차렸습니다. 각자 하던 전공을 살려서 CEO, CO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나눠 맡게 된 거죠. 연 대표는 카카오 이모티콘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고, 개발자 3명은 카카오톡을 개발했어요. 시니어급 직원들이 뭉치다 보니, 경력이 도합 100년은 되는 거 같아요. 또 카카오벤처스에서 초기 투자를 하면서 저희 창업을 후방 지원했습니다."
-서비스 기획의 '고수'로 알고 있는데, 경험을 말씀해 주세요.
"2000년대 초반 검색 서비스가 태동하면서 검색 서비스 기획자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자연어 검색이 굉장히 자연스럽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일이 가능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뉴스 검색, 카페나 블로그 검색, 지식 검색 같은 텍스트 검색을 개발했고, 그 다음 단계는 사진·동영상 등을 검색하는 멀티미디어 검색, 이후 쇼핑 검색, 지도 검색, 그리고 통합 검색에서는 어떤 데이터가 먼저 제공돼야 하는지 순서를 다루는 일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해볼 수 있는 검색 서비스 기획은 다 해봤다고 봐도 돼요. 지금 창업 상황이랑 비슷해요. 아예 아무것도 없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고, 아주 작게 출발한 서비스의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경험을 했어요. 이미 있는 서비스를 발전시키는 것과 아예 없던 서비스를 새로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르거든요. 제 커리어가 성장할 수 있는 굉장히 소중한 경험이었죠."
-검색 서비스 기획 경험이 가사도우미 서비스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서로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검색 서비스 이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제공해주는 방법은 저희가 청소매니저와 고객을 연결하는 것과 원리는 똑같습니다. 검색이라는 게 사실 제일 적합한 것을 찾아주는 것이거든요. 고객은 적합한 매니저를 찾고, 매니저는 본인에게 적합한 업무를 찾는 게 저희 서비스의 핵심인 셈이죠. 또 운영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설계한 덕에, 서비스 사용자가 급증했지만 운용 인력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창업 이전에 대용량 서비스를 다뤄본 경험이 있었던 덕분이죠."
-가사 서비스라는 게 집주인마다 스타일이 제각각일텐데요. 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표준화할 수 있죠?
"'집안일을 잘했다'라고 평가하는 기준은 정말 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집안에 먼지가 하나도 없을 때, 또 어떤 사람은 물건 정리가 잘 돼있을 때 만족하죠. 또 고객의 집 구조, 크기, 집안 구성원이 모두 달라 서비스를 표준화하는 작업은 사실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만큼 공을 많이 들였어요. 표준화가 안 되면 고객과 매니저 양쪽에서 모두 만족도가 떨어질 거라 생각했죠. 그래서 베테랑 가사도우미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꾸려서 가사 서비스에 대한 스터디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평형대별 집 구조도 정량화했어요.
-직접 현장에 나가보시기도 했나요?
"네.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저희가 직접 서비스를 실험해봤습니다. 실제로 서비스를 해보니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10평 원룸 청소 서비스 시간은 3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원룸에선 세탁기를 두번씩 돌려야 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죠. 그래서 원룸 서비스 시간을 세탁기를 쾌속으로 두 번 돌릴 수 있는 시간으로 맞췄습니다. 지금도 대표나 제가 직접 서비스 현장에 나가서 문제점을 찾아 나가고 있어요."
이연주 청소연구소 COO 주요 이력
2004년~2015년 다음 검색 서비스 기획
2016년~2017년 카카오 가사 O2O 서비스 기획
2017년~ 청소연구소 창업 및 COO
-가사도우미 서비스 영역을 청소로 좁힌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가사도우미의 역사는 매우 오래됐습니다. 그동안 유료 직업소개소가 중개를 해서 월 단위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죠. 월 단위로 임금을 받으며 청소, 요리, 육아 등 여러가지 일을 하게 돼요. 고객은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가사도우미를 자르는데, 막상 도우미는 왜 그만둬야 하는지도 몰랐죠. 그래서 하나의 서비스만 확실하게 잘하자, 고객과 매니저 사이의 갈등을 줄이자, 이런 전략을 세우게 됐습니다."
-청소매니저 교육도 COO실의 중요한 기능이라고 하셨는데,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매니저로 가입하면 교육 현장에 와서 면접을 보고 신분증을 확인합니다. 그 다음 6시간 정규교육을 받아요. 처음엔 고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부터 배웁니다. 고객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복장은 어때야 하는지, 고객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런 것들이요. 또 D사 무선청소기, 로봇청소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요즘 많이 쓰이는 새로운 전자제품의 작동법도 안내합니다. 교육센터에 직접 전자제품을 가져다 놓고 직접 실습하도록 하고 있어요. 매니저들은 매번 새로운 장소를 가기 때문에 지도 서비스를 통해 길 찾는 방법도 알려드리죠. 현재 등록된 매니저는 8만명입니다."
-청소연구소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예정인가요?
"집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다 보니 굉장히 많은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시장도 열려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현재 매니저들의 연령대는 50대 중반이 가장 많은데 앞으로 노인고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시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는 단계입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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