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LG엔솔 IPO 딜 따냈나?…KB증권 파격 인사에 놀란 업계

정해용 기자 2023. 1. 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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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리서치센터장이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장으로
부서간 장벽 허물어야 한다는 김성현 사장 의지
지난해 LG엔솔 대어(大魚) 잡은 KB증권 변화에 업계 주목

KB증권의 기업공개(IPO) 부문 파격 인사에 금융투자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12월 27일 현직 리서치센터장이던 유승창 상무를 주식발행시장(ECM) 본부장으로 발탁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ECM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유 상무는 1999년 대우증권 금융업종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2011년 KB증권 기업분석부 부서장을 거쳐 2020년부터 리서치센터장을 맡아 경력 대부분을 금융사‧기업 분석에 쏟았던 인물이다. 종종 리서치센터장이 주식 위탁매매(리테일‧Retail) 또는 법인영업(홀세일‧Wholesale) 부문으로 이동한 경우는 있지만, ECM 부문으로 간 경우는 이례적이다. 이번 인사는 김성현 사장(대표이사)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KB증권은 지난해 12조7500억원의 역대 최대 공모 금액을 모집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주관을 한 곳이어서 IPO 업계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에는 73개사(스팩·코넥스·재상장 제외)에서 20조4500억원을 공모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 1곳의 비중이 전체 공모액의 62.3%를 차지했다.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

역대 최대의 IPO를 주관한 KB증권이 IPO 업계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인력 외의 기업분석 전문가를 발탁한 것은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해 이에 맞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제공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상장을 원하는 기업에 전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금리, 환율, 글로벌 증시 등 거시경제 환경도 상장을 원하는 기업이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요소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기업들이 IPO를 하고 싶어도 이를 연기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IPO 업무에만 매몰되기보다 거시경제의 흐름을 넓게 파악하고 시장 상황을 제대로 상장을 원하는 기업에 보여줘야만 하는 시기가 됐다는 의미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요즘처럼 시장이 어려울 때는 (IPO 주관을 위한 제안서를 낼 때) 시장 전망과 관련된 부분도 충분히 상장을 원하는 기업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기업 상장은 주식시장과 연결되는 비즈니스이고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평가와 함께 상장 이후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 본부장이 충분한 역량과 식견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KB증권의 이번 인사는 전통적으로 부서 간 장벽을 허물어 협업 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KB금융그룹의 업무 처리 방식과도 관련이 있다. 보통 대부분의 증권사는 채권발행시장(DCM) 부문과 ECM 부문 등 각 업무 부문별로 큰 협력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KB증권은 DCM 분야에서 대기업의 채권 발행을 주관하면서 쌓아온 기업들과의 관계를 활용해 대기업들의 계열사 신규 IPO 상장 주관 딜을 따내는 등 DCM과 ECM의 협업 관계가 돈독했다. 때로는 KB금융지주 산하 KB국민은행이 주거래하고 있는 대기업들을 활용해 계열사인 KB증권을 측면 지원하기도 했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직접 KB증권의 딜 성사를 위해 나서기도 했다. 업무 영역 간의 벽을 허물어 시너지를 내는데 주력해 온 것이다.

이와 관련 김성현 KB증권 사장은 “너무 한쪽 시각에서 보지 말고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이 ECM 분야를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특히 투자자들을 위해 정확한 기업 밸류에이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적임자를 리서치본부에서 발탁했다”라면서 “유 본부장이 3년여 전부터 주요 기업들의 상장 주관 제안서를 만들 때 IPO 부문과 협업을 해 왔고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프리젠테이션(PT) 능력도 훌륭해 ECM 본부장 업무를 잘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IPO 업계에서 계속 일을 해왔던 사람들이 발탁되지 못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무를 전혀 해보지 않은 본부장을 받은 실무진들이 본부장과 소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고 IPO 부문 업무에 매진해온 사람들이 임원으로 승진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한 사람을 수장(首長)으로 받으면 힘이 빠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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