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1,2번 타자가 한일 대표팀으로, 순혈주의 포기하고 전력 강화에 총력, 성적이 패러다임을 바꿨다

민창기 2023. 1. 5. 12: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대표팀 참가가 결정된 세이트루이스 내야수 토미 에드먼. AP연합뉴스
빅리거 키스톤 콤비 기대를 모으는 에드먼(왼쪽)과 김하성. AP연합

자국 선수로 대표팀을 꾸려왔던 한국과 일본이 변화를 선택했다.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주축 타자 2명이 한국, 일본대표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다. 세인트루이스 2루수 토미 에드먼(27)이 한국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들어갔다. 외야수 라스 눗바(25)는 사무라이재팬의 일원이 된다. 둘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이다. 에드먼은 어머니가 한국계고, 눗바는 어머니가 일본계다. 두 선수는 소속팀에서 나란히 1,2번 타자로 나서기도 했다.

인종의 용광로 미국, 다양한 혈통, 배경을 지닌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야구 세계화를 명분으로 출범한 WBC는 국적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부모 혹은 조부모 혈통에 따라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놨다. 유대계 선수가 이스라엘대표로 나서고, 이탈리아계 조부모를 둔 선수가 이탈리아대표로 출전하는 식이다.

한국, 일본은 예외였다. 1~4회 대회까지 자국 선수로만 대표팀을 구성해 출전했다. 이전에도 한국계, 일본계 미국인 선수 소집 얘기가 있었는데 실현되지 못했다. 대표팀이 갖는 상징성, 다른 성장배경에 따른 이질감, 소통문제, 번거로운 절차 등이 문제가 됐다. 순혈을 중시하는 유교문화, 아시아 정서도 작용했다.

이런 장막을 걷어올렸다. 성적 때문이다. WBC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출전하는 유일한 국제대회이고, 최고대회다. 축구로 치면 4년마다 열리는 성인 월드컵이다. 임팩트있는 성적을 거두면 자국 야구 위상이 올라갈뿐만 아니라, 프로리그에 대한 관심, 흥행으로 연결된다.

한국프로야구는 경험했다. 2006년 1회 WBC 4강, 2009년 2회 WBC 준우승,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이 기폭제가 되어 KBO리그가 한단계 도약했다. 반대 상황도 겪어봤다.

한국, 일본의 국제 경쟁력이 예전만 못하다.

1~2회 대회 우승국 일본은 3,4회 대회에선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미국, 도미니카공화국, 푸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4일 서울 양재동 KBO 야구회관에서 열렸다. 명단 발표에 앞서 이강철 대표팀 감독과 조범현 기술위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WBC 한국 대표팀으로 참여하는 토미 에드먼. AP연합뉴스

르토리코 등 야구강국들이 메이저리그 최고 멤버로 출전하면서 밀렸다. 1,2회 대회 때 선전한 한국은 3,4회 땐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야구팬들의 실망이 컸다. 국제대회 부진이 리그 인기 하락에 영향을 줬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4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을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도쿄에서 열리는 1,2라운드 조별리그, 8강전을 통과해 4강이 목표라고 했다. 다들 알고 있다. 현재 전력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역대 최약체 전력이라는 평가까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용 가능한 전력을 전부 끌어모을 수밖에 없다.

일본은 1년 전부터 구리야마 히데키 전 니혼햄 파이터스 감독을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선임해 준비해 왔다. 우승을 목표로 분위기를 끌어왔다. 지난 11월엔 국내리그 선수로 대표팀을 꾸려 4차례 평가전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 다르빗슈 유(38·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스즈키 세이야(29·시카고 컵스)를 설득해 대회 참가를 끌어냈다.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둔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29·보스턴 레드삭스)까지 합류한다. 최상의 전력 구축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경쟁력있는 선수 한명이 아쉬운 한국대표팀에 메이저리그의 주력 내야수가 합류했다. 에드먼은 2021년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글러브 수상자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 오지환(33·LG 트윈스)에 에드먼까지 든든한 내야 수비라인이 완성됐다. 에드먼은 뛰어난 수비뿐만 아니라 파워에 기동력까지 가췄다. 지난해 153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13홈런, 57타점, 32도루를 기록했다.

좌타자인 눗바는 수비 범위가 넓고 어깨가 강하다. 구리야마 감독이 오랜 시간 주시해왔다. 지난해 108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2푼8리, 14홈런, 40타점을 올렸다. 일본대표팀은 눗바가 합류해 스즈키, 요시다, 세명의 메이저리그 선수로 외야진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일본, 호주, 체코, 중국과 1라운드 B조에 편성됐다. 이변이 없는 한 2라운드 진출이 예
세인트루이스의 외야수 눗바. 일본대표로 WBC에 출전한다. AP연합뉴

상되지만, 사실상 매경기가 결승전이나 마찬가지다. 공수주를 모두 갖춘 에드먼이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우승이 목표인 일본은 1,2라운드보다 4강 이후를 신경쓰고 있다. 상위 라운드로 올라갈수록 메이저리그 최고선수들이 포진한 강팀을 상대해야 한다. 구리야마 감독이 일본계 메이저리그 선수 선발에 신경을 쓴 이유가 여기 있다. 최고선수를 상대해 온 선수가 큰 무대에서 경쟁력있는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

달라진 한일 대표팀이 어떤 성적을 받아들지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Copyright © 스포츠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