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 클럽을 'Better half'로 만들어라

방민준 2023. 1. 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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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에서 사용한 골프 클럽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퍼에게 골프글럽은 육신의 일부다. 적어도 골프장에서만은 클럽은 피만 흐르지 않을 뿐 손과 연결된 신체나 마찬가지다. 



아직 그런 느낌을 느껴보지 못했다면 골프의 참맛에 이르지 못했다고 보면 틀림없다. 매일 연습장을 찾아 클럽을 휘두르고 집에서도 퍼팅그립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바로 클럽을 육화(肉化)하기 위한 것이다. 



 



클럽이 신체의 일부라는 것은 곧 부단히 애정을 쏟고 관심을 기울이고 다소 미흡한 구석이 있더라도 참아내고 정을 붙여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클럽은 아내와 흡사하다. 긴 세월 미운 정 고운 정 주고받다 보니 떼어놓으려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일심동체가 되듯 클럽도 오래 쓰다 보면 아내처럼 정이 깊어지게 마련이다. 미우나 고우나 서로 이해하고 정을 쏟으며 살아가야 하듯, 골프클럽을 한번 선택했으면 자기 것, 자기의 분신으로 만들어야 한다. 



 



많은 골퍼들이 보다 나은 스코어를 위해 클럽을 교체해본다. 새로운 브랜드의 클럽이 나올 때마다 바꾸는 사람도 있다. 나도 골프클럽을 여러 번 바꾸었는데 문제의 대부분은 클럽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클럽을 바꾸고 나서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대치가 높은 데다 육화가 제대로 안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클럽이라 해도 손에 익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불만이 없지 않아도 조강지처를 내칠 수 없듯 손에 익은 클럽을 함부로 바꾸기 어렵다. 모자란 데가 있고 흡족하지 않지만 육화되지 않은 최신 클럽보다는 좀 낡았지만 분신으로 변한 것이 낫다.



클럽을 바꾸기로 작정했다면 새것을 쓸까, 옛날 것을 쓸까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 클럽을 바꾸기로 작정했다는 것은 곧 쓰던 클럽을 버리기로 마음이 변했다는 뜻이다. 한번 떠난 마음을 돌려놓기란 불가능하다. 한번 가출한 아내를 붙들어 놓기 어려운 거나 같다. 



 



아무리 노력해도 골프클럽에 정이 붙지 않고 마음이 떠나 있다면 과감히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다. 마음이 떠난 클럽은 자신감을 빼앗아가 버리고 항상 부정 탄 물건처럼 불길하고 부정적인 것만 연상케 한다. 이럴 땐 다른 클럽으로 교체하는 수밖에 없다. 새 클럽에 온갖 정성을 쏟아 자신의 새로운 분신이 되도록 해야 골프의 맛을 되찾을 수 있다.



 



문제는 교체한 클럽이 잘 맞아주면 다행인데 대부분 뚜렷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옛 클럽이 더 잘 맞았다는 생각도 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았으니 장기간 손때가 묻은 옛 클럽에 비해 어색하고 낯설 수밖에. 새 클럽과 옛 클럽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새것을 쓰자니 제대로 맞아 주지를 않아 옛 클럽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고, 헌 것을 그대로 쓰자니 한번 마음이 떠나버린 뒤라 찜찜하고 비싼 돈 들여 산 새 클럽이 아깝다.



두 클럽을 두고 겪는 갈등은 여간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아니다. 이럴 땐 과감히 택일해야 한다. 헌 클럽에 마음을 붙일 수 없다면 새 클럽에 헌신적으로 사랑을 쏟아야 한다. 



 



서양 사람들은 남에게 배우자를 소개할 때 'better half'라는 말을 자주 쓴다. 나의 반쪽은 반쪽인데 나보다 더 나은 반쪽이란 뜻이다. 얼마나 깊은 신뢰와 애정 존경이 담긴 표현인가. 아내를 분신처럼 깊이 사랑하고 신뢰해야 가정이 화목하듯 골프클럽에 대한 애정도 깊고 뜨거워야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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