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들어오는 해설위원’ 이규섭의 해설이 특별한 이유
경기 시작 40분 전, 이규섭 SPOTV 해설위원(46)은 펜과 수첩을 들고 라커룸으로 향한다. 취재기자들과 함께 경기 전 감독 인터뷰에 들어가는 것이다. 개별 질문을 하진 않지만, 기자들과 감독의 질문과 답변을 유심히 듣고 수첩에 메모한다. 이 내용은 ‘이규섭표 해설’의 자양분이 된다.
이규섭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 해설을 시작한 새내기다. 그전까지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삼성의 ‘원 클럽 맨’으로 코트를 누볐고, 선수 은퇴 이후에는 삼성의 코치부터 감독 대행까지 두루 거치며 지도자 생활을 했다. 잔뼈 굵은 농구인이지만, 해설할 때만큼은 학구열 넘치는 신입생의 자세가 된다.
프로농구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인해 지난 시즌까지 진행하지 않았던 경기 전 라커룸 인터뷰를 2022~2023시즌 재개했다. 그와 함께 경기 시작 전 이규섭 해설위원의 ‘수상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취재진과 함께 원정팀 라커룸과 홈팀 라커룸을 차례로 들어간다. 취재진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첩을 펴는 이규섭 해설위원은 어느새 라커룸 인터뷰의 일원이 됐다. 처음에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던 감독들도 이젠 그를 반기는 눈치다.
‘라커룸 예습’ 덕에 이규섭 해설위원의 해설에는 각 팀 감독의 전략과 팀의 속사정이 섬세하게 녹아든다. 덕분에 TV 중계로 경기를 시청하는 농구팬들은 감독이 상대 팀을 막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제삼자의 시선에서 풀어내는 해설이 아니라, 직접 경기 안으로 들어가는 해설이다.
신임 해설위원의 목소리를 낯설어했던 농구팬들은 이제 이규섭 해설위원의 성실한 해설을 호평하고 있다. 농구 커뮤니티에서도 “각 팀의 전술을 이렇게 자세히 풀어 주는 해설위원은 처음이다” “전문 농구 용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선수들에 대한 깨알 같은 정보들을 알려줘서 재밌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5일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상범 전 DB 감독은 그가 지휘한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4일 서울 SK와의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 “경기 전 라커룸에 들어오는 해설위원은 감독 생활하면서 처음 본다”라면서 “팬들에겐 경기 중 감독의 타임아웃과 교체 등의 전술이 생뚱맞아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규섭 해설위원은 경기 전에 감독의 이야기를 미리 들으니까 각 팀의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다. 이규섭의 해설은 ‘책임감 있는 훈수’다”라고 말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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