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물꼬'… 도시규제 없앤 '화이트존' 도입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처럼 개발사업자가 토지 용도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한국형 '화이트존'(White Zone)이 도입된다. 이를 통해 지자체와 민간이 토지·건축 용도제한 없이 용적률과 건폐율을 정할 수 있게 돼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등 도심 유휴 부지에 고밀·융복합 개발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등 대규모 융복합 프로젝트를 창의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자체와 민간이 도시규제 제약 없이 개발할 수 있는 '도시혁신구역'이 새롭게 도입된다. 기존의 '입지규제최소구역'을 8년 만에 전면 개편해 새로 도입하는 구역으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를 탄생시킨 '한국형' 화이트존이다.
도시혁신구역에선 지자체가 기존 도시계획 체계에서 벗어나 토지·건축의 용도 제한없이 용적률과 건폐율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다만 복합용도 목적에 맞게 단일용도 비율은 70%(기존엔 60%), 주거용도는 50%+α 이하(기존엔 40%)로 한정된다. 또 민간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사업자가 도시혁신구역을 제안하면 도시개발 사업구역으로 지정된 것으로 의제해 제안자에게 도시개발법상 사업시행 자격을 준다.
기존 용도지역의 용적률 범위 내에서 다른 용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복합용도구역'도 도입한다. 노후·쇠퇴됐지만 기존 이해당사자들이 있어서 점진적 전환이 필요한 지역이 대상이다. 미국의 보스톤 혁신지구처럼 노후 공업단지, 쇠퇴 구도심 등을 주거·문화·업무 복합지역으로 바꿔 직주근접 수요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체육시설, 대학교, 터미널 등 다중 이용 도시계획시설을 융복합거점으로 활용하고 본래의 기능도 고도화할 수 있게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도 도입한다. 시설 복합화나 지하화를 추진하면 용도지역별로 설치가 제한된 도시계획시설도 설치할 수 있게 허용한다. 특히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용적률·건폐율을 1.5~2배까지 상향해주기로 해 민간사업자가 지하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공간재구조화계획에 대해 민간사업자가 제안할 수 있게 하고 재구조화계획 승인 시 기존 도시계획(도시기본계획, 도시관리계획) 변경 효과도 부여해 절차도 간소화한다. 이렇게 되면 도시계획 수립 기간이 현행 4~6년에서 2년으로 단축된다. 규제완화효과가 큰 만큼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공간재구조화계획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하도록 절차를 마련한다.
또 규제완화가 지가 상승으로 직결되는 만큼 공공기여 대상도 이들 3가지 공간혁신구역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지구단위계획 지정·변경 시에만 지가 상승분의 30~70%까지 공공기여하도록 해왔다.
국토부는 연내 국토계획법을 개정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적극 추진 중인 용산 정비창 부지를 비롯해 부산 사상산업단지 같은 노후 공업지역이 선도사업지 후보로 점쳐진다. 용산 정비창 부지는 지난 7월 서울시가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하겠단 개발구상을 밝혔으나 민간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도시혁신구역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n분 생활권'을 조성하기 위해 현재 도시군기본계획상 부문계획인 생활권계획을 '생활권 도시계획'으로 제도화한다. 지역 내 관광, 산업 등 일정기간 체류하는 '생활인구'를 고려해 도시계획을 수립해 상위계획인 도시군기본계획상 계획인구와 토지개발물량을 조정할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하겠단 방침이다.
길병우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은 "도시계획을 혁신해 주어진 틀에 박힌 도시개발에서 벗어나 민간의 제안을 폭넓게 허용하고 개발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해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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