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선거구제, 수도권 與·영남 野 유리?…정당간 이해득실 '쟁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의 제안으로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여야 모두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세부 방안을 놓고선 각 당 내부에서도 셈법이 복잡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단히 복잡한 여러 문제를 포함하고 있고 지역구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면서 "당리당략과 유불리를 버리고 한국정치의 올바른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만 보고 방향을 정해가면 될 듯 하다"고 더불어민주당에 협조를 요청했다.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선거구 자체가 지금보다 줄어드는 만큼 영·호남 텃밭 출신 의원들은 반대 목소리가 높다. 수도권 의석이 많은 민주당에 불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수도권 121석 중 민주당 의석수는 100석에 달한다. 인지도가 부족한 초선 의원들도 부정적이다.
5선 중진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거의 싹쓸이했다. 이런 판에서 보면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크게 손해를 볼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일부 선거구에 한해 시범 적용해 그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제8회 동시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시범실시의 효과와 한계' 보고서에서 수도권 18곳(서울 8·경기 6·인천 4), 대구 2곳, 광주 3곳, 충남 7곳 등 3~5인 시범선거구에서 나온 109명의 기초의원 당선자를 분석했다.
양당 표 집중 현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지만, 지역별 유불리는 뚜렷했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싹쓸이했던 수도권(전체 18곳 시범선거구·당선자 68명)에선 국민의힘각각 31명, 36명을 확보하며 거의 비슷하게 의석을 나눠가졌다. 소수 정당 당선자는 정의당 1명에 불과했다.
보수 텃밭 대구에선 2곳 선거구에서 국민의힘이 7석을, 나머지 2자리를 민주당이 가져갔다. 보고서는 "영남 지역의 경우 소수 정당이 아닌 민주당이 정치적 대안으로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광주의 3곳 선거구에선 민주당 당선자가 6명이었고, 소수 정당 당선자가 정의당1명·진보당 2명 등 3명이었다. 국민의힘 당선자는 한 명도 없었다. 보고서는 "민주당이 일당 우위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광주 지역에서 정의당이나 진보당 같은 정당이 정치적 대안으로서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도권의 경우 해당 선거 구도에서 열세인 정당에 유리하다"고 했다. 20대 총선에선 전체 수도권(서울·경기·인천) 122석 가운데 민주당이 82석,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35석을 가져갔다. 21대 총선에선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현재 수도권 121석 중 국민의힘 의석수는 19석에 불과하다.
신 교수는 "영·호남처럼 이념지향성이 강한 지역에서는 현재 양당의 대안 정당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념지향성이 강하지 않은 대부분 지역에선 군소정당이 원내 진입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외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때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구성하는 '게리멘더링'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이 던진 선거제 개편 이슈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정개특위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일반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득표에 따른 의석을 보장하고 다당제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급적 중대선거구제로 옮겨가는 방향으로 노력해보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에선 5선의 조경태 의원이 비례대표제 47석을 없애고,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꿔 300명인 국회의원 정원을 200명으로 줄이자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 친문(재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4.0연구원에서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대선거구제 등에 관해 논의를 시작했다.
정개특위는 조만간 소위를 열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본격적으로 의논할 예정이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시한은 4월10일이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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