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경기에 가계·기업 모두 '굴리는 돈' 확 줄였다.. 기업 순자금운용 13년 만에 '최저'

김나경 2023. 1. 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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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2년 3·4분기 자금순환
금리 인상·주가 하락에 가계와 기업
모두 허리띠 졸라매기
가계·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 전년동기 比 7.4조↓
기업 순자금운용 -61.7조.. '09 1분기 후 최저
주식에서 예금으로 '머니무브'
가계 예금비중 10분기만 최고, 주식 8분기만 최저
얼어붙은 경기에 가계·기업 모두 '굴리는 돈' 확 줄

[파이낸셜뉴스]기준금리 인상과 주가 하락 등으로 투자 유인이 줄면서 3·4분기 가계와 기업 모두 '굴리는 돈'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기업의 굴린 돈(자금운용)과 대출금(자금조달) 모두 줄어든 가운데 굴린 돈이 더 크게 줄어들면서 가계와 기업의 순자금운용 규모가 각각 5분기, 54분기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고금리 및 주가하락의 영향으로 가계 예금 비중이 10분기만 최고를 기록한 반면, 주식 비중은 8분기만에 가장 낮아지는 등 머니무브 현상도 확인됐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4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중 우리나라 경제활동 결과 발생한 국내부문의 자금운용·조달 차액은 2조 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25조 1000억원)에 비해 22조 9000억원 감소했다.

순자금운용은 가계가 예금, 채권, 보험, 연금 준비금으로 굴린 돈(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자금조달)을 뺀 금액으로 여유자금이다. 이 금액이 마이너스일 경우 순자금조달로 표현한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운용규모는 26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조 9000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던 2021년 2분기(24조 5000억원) 이후 5분기만에 최저치다. 전년동기 대비 순운용규모가 감소한 것도 5분기만이다. 일상회복이 본격화돼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확대되면서 금융자산의 순운용규모가 축소됐다는 게 한은 해석이다. GDP 통계 기준 민간소비지출은 3·4분기에서 10.9%를 기록, 전년(5.8%)에 비해 5%p이상 올랐다.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규제가 계속되면서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을 중심으로 가계의 자금조달이 축소됐다. 전년 동기 49조 4000억원이었던 대출금은 이번 분기 11조 1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대출금보다 굴린 돈은 더 크게 줄었다. 21년 3·4분기 84조1000억원이었던 자금운용은 지난해 3·4분기 37조 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문혜정 한국은행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자금조달과 운용이 모두 축소됐는데 운용이 더 크게 줄어 순운용규모가 축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금융법인(기업)의 경우 원자재 가격 및 환율 상승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순자금조달이 61조 7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6조 4000억원)에 비해 35조 이상 늘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9년 1분기 이후 순조달 규모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증권시장 불안 등으로 예금취급기관 대출금 조달이 확대된 반면 주식 발행이 크게 축소됐고, 채권발행은 신용등급이 높은 공기업에 집중됐다.

자금 조달금액은 전년(90조 8000억원)에서 81조 7000억원으로 줄었지만 자금운용 하락 폭이 더 커서 순자금조달이 늘어났다.

기업의 굴린 돈인 자금운용은 20조원으로, 전년(64조 5000억원) 대비 크게 줄었다. 현금 및 예금, 채권,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등을 중심으로 굴린 돈이 축소됐다. 문 팀장은 "운전자금 등으로 자금수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이 운용을 크게 줄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금리, 주가하락에 예금으로의 '머니무브' 현상도 확인됐다. 전분기 대비 가계의 예금 비중은 43.1%에서 43.6%로 는 반면, 주식 비중은 18.5%에서 16.2%로 떨어졌다. 가계의 예금 비중은 10분기만에 최고, 주식 비중은 8분기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한은은 "금리 인상으로 예금쪽에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이고, 주식 평가액이 감소해서 비중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봤다. 수신금리 상승, 주식시장 부진, 안전자산 선호 등으로 저축성 예금 및 채권 운용은 늘었지만, 결제성 예금 및 기타예금 운용과 주식 운용은 줄어든 것이다.

한편 일반정부는 방역체계 전환 등으로 정부소비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순운용 규모가 2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다.

지난해 3·4분기 총금융자산은 2경 3861조 5000억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530조 1000억원 늘어났다. 구성내역을 보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비중이 하락한 반면 직접투자 등 기타 자산 비중이 상승했다. 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금융부채 배율은 2.12배로 전분기 말(2.13배)보다 소폭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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