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드골의 고뇌와 한미 핵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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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보관하고 있는 기록물 중 1961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나눈 대화에는 현재 한국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 있다.
그런 드골 대통령도 미국이 소련 핵에 본토를 희생하면서까지 프랑스를 도울 것이라고는 믿지 않고 핵 독자 개발의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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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정치부 부장
미국 국무부가 보관하고 있는 기록물 중 1961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나눈 대화에는 현재 한국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 있다. 미국 측 기록에는 ‘장군(드골)은 우리가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오랜 기간 미국과 함께해 온 장군이 미국의 결의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서기장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준장으로 승진한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한 뒤 자유 프랑스를 구성해 미국과 영국 등의 지원을 받아 독일과 싸웠던 인물이다. 미국의 지원과 승인이 없었다면 드골 대통령은 프랑스 수복은 물론 조국을 승전국 위치에 올려놓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드골 대통령도 미국이 소련 핵에 본토를 희생하면서까지 프랑스를 도울 것이라고는 믿지 않고 핵 독자 개발의 길을 선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 초에 “핵무력은 전쟁 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 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핵 선제공격 의사를 명확히 했다. 또, 남측을 가리켜 “의심할 바 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이라고 불렀고, 600㎜ 신형 방사포를 “남조선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핵심적 공격형 무기”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신속한 핵 반격 능력을 기본사명으로 하는 또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체계 개발 과업”도 제시했다. 지난달 시험에 성공한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신형 ICBM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을 다시 한 번 주문한 것이다.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넣는 핵·미사일 능력은 한반도 전략에 있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현재 한·미 작전계획 상 북한이 휴전선을 넘어 전쟁을 벌이면 미 본토에 있는 미군이 한반도에 투입된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갖게 되면 이런 작전계획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최근 한·미는 핵 대 핵 대응의 기둥인 핵 공유 문제를 놓고 삐거덕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정보공유 △협의 △공동기획 △공동실행 등을 약속해 사실상 한국식 핵 공유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양 정상의 엇나간 발언으로 핵 공유 수준에 이견이 있음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기획, 공동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의 공동 핵 연습’ 질문에 “아니다”고 부인했다. 양국 정부가 해프닝으로 진화했지만, 한국은 미국과 나토가 하는 실전 수준의 핵 공유 훈련(스테드패스트 눈)을 기대하는 데 반해 미국은 핵무기 없이 진행하는 도상 훈련(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 정도로 상정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엇박자는 우리는 물론 북한에까지 ‘미국이 서울을 위해 뉴욕을 희생할까’라는 의구심을 심어줬을 것이다. 북핵 대응이 말잔치에서 벗어나려면 한·미 간 논의는 실질적인 핵 공유까지 진전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 정치권도 드골의 고뇌와 결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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