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의 또 다른 부수적 피해…데이트 능력 상실
기사내용 요약
인기 높던 남성 입대 9개월 만에
데이트 상대 앞에서 말도 잘 못해
"수많은 죽음을 눈 앞에서 보는 걸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생존 투쟁하는 사람은 쾌락 생각 못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건장하고 검은 머리에 편안한 미소를 짓는 블라드(30·가명)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여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입대한 지 9개월 만에 자신의 매력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블라드의 부대는 최전선 너머 적진에서 은밀히 활동하는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한다. 일상적으로 죽음과 파괴를 겪어온 그는 데이트 여성과 대화를 지속하기가 힘들어졌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 밖에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삶 전반이 큰 피해를 입고 있지만 블라드처럼 데이트 능력이 사라진 것도 부수적 피해의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수십 명의 군인과 배우자, 심리학자, 성인용품점 주인 등을 인터뷰한 결과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애정 생활이 할리우드 전쟁 영화에 나오는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군 소위 키릴로 도롤렌코(36)는 “전쟁터에선 폭격이 끝없이 이어지고 아드레날린이 치솟고 전우가 부상하고 뇌진탕을 입는다. 수많은 죽음을 눈 앞에서 본다. 그걸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부대원들이 최전선에서 벗어나 여가 시간이 있으면 데이트를 시도하지만 “데이트에 걸 맞는 부드럽고 친밀한 감성을 되살릴 시간 여유는 없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성문제 치료사로 일하는 알렉산데르 콜로미축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엄청난 트라우마가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10만 명 이상의 군인이 전사하고, 500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됐으며, 1000만 명 이상이 인도적 재앙에 직면한 상태다.
콜로미축은 “트라우마와 로맨스는 공존할 수 없다”며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은 애정, 섹스를 생각하지 못한다. 그건 즐거움과 오락이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그럴 시간 여유는 없다”고 했다.
제대 군인과 배우자 문제를 치료하는 보스턴 의대 케이지 태프트 교수는 군인들의 경우 특히 전쟁터에서 억지로 감정을 억눌러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공포, 불안감, 절망감을 드러내선 안 되는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오면 부인이나 애인에게도 감정 표현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또 “생존을 위한 사고방식”을 갖게 돼 남을 믿지 못하게 된다. 제대 군인들이 종종 배우자의 불륜을 의심하는 이유다. 전쟁터에서 돌아왔지만 생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전쟁 포화 속에서도 사랑을 싹 틔우기도 한다. 적어도 휴가 중 결혼식을 올린 군인들이 일부 있다. 얼마 전 여군 저격수의 결혼 장면이 소셜 미디어에 널리 유포되기도 했다.
제니아 아슬라니안(32)은 2019년 캐나다 비행 학교에 다니기 위해 남자 친구 안톤과 헤어졌었다. 전쟁이 터지자 스페인에 있던 안톤이 우크라이나로 돌아와 입대했다. 두 사람은 몇 달 전 재회해 결혼했다. 아슬라니안은 “전쟁 덕분에 재결합할 수 있었다. 이 전쟁에서 가장 소중한 건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쟁은 결합보다 이별을 더 많이 초래한다. 최전선에 있는 야로슬라우 사츠코(43)은 전쟁이 터진 이래 독일로 피신한 부인과 자녀들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부인을 다시 만났을 때 심리적, 육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의 한 성인용품점은 러시아군이 진주하면서 주민들이 대거 탈출했지만 매출이 거의 줄지 않았다고 했다. 여성들이 많이 피난해 속옷 판매는 줄었지만 원격 성행위를 하려는 부부들이 원격 장치를 많이 산다는 것이다. 또 정전이 잦아지면서 형광 콘돔 판매도 늘었다. 상점 주인은 군인들에게 20% 할인을 해주고 있지만 군인들보다는 어쩌다 보게 되는 배우자를 맞이하려는 여성들이 주 고객이라고 했다.
다른 성인용품점에서 만난 아르톰이라는 남성은 배우자와 함께 상점을 찾았다. 전쟁이 벌어진 몇 달 뒤 파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일자리도 잃었지만 짝을 잃지 않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다고 했다.
그는 “불이 꺼지고 로켓이 날아온다고 앉아서 멍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계속 살아야 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래서 상점을 찾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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