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발권 상점 주인에게 맡긴 포켓몬코리아
세계적인 게임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권한을 상점 주인 '재량'에 맡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깜깜이 선발전이 시작되면서 실력 있는 게이머가 국가대표 도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31일 '2023 포켓몬 월드챔피언십(이하 WCS)' TCG 종목 국가대표 선발 대회인 '포켓몬 카드샵 대항전'이 시작됐다.
대항전은 4개월 동안 전국 프리미엄 카드샵 대표 3명이 한 팀을 이뤄 총 9라운드 풀 리그를 통해 최종 순위 상위 3개 팀을 결정, 이후 포스트시즌을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우승팀은 2023 WCS 참가 자격을 얻는다.
문제는 대항전 출전팀을 대회를 거쳐 뽑지 않고 카드샵 점주의 재량에 맡겼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대항전 공지는 대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2월 30일에야 공개됐다. 일반 유저들은 그 전까지 대회 개최 소식과 대표 선발 과정을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포켓몬 카드샵 대항전은 1000만 원 상당의 상금과 2023 WCS 출전권이 걸려 있다. 포켓몬 게이머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등용문이다. WCS는 총상금 13억 원의 대규모 세계 대회로 각 나라의 국가대표가 참전하는 포켓몬계의 '월드컵'이다. 종목은 TCG, VGC, 포켓몬GO 등을 포함한 5개 종목이 있다.
전 세계 동시 송출이 되는 WCS는 작년 VGC 종목 하나만으로 트위치에서만 3일 동안 112만 시간 이상의 시청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현장에는 4000여 명의 관람객이 운집해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올해 WCS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다.
선수들은 WCS 진출에 필요한 시드권을 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대회를 주최하는 포켓몬코리아는 포켓몬 게이머 꿈의 무대 진출 기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 상점 주인 재량에 맡긴 셈이다. 지금까지 대항전 참여 기회는 모든 포켓몬 게이머에게 열려 있었지만, 유독 올해만 달라졌다.
프리미엄 카드샵 관계자에게 매장 대표 선발에 대한 포켓몬코리아의 가이드라인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으나 "아는 바 없다" 혹은 "말하기 어렵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모든 선발 과정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포켓몬 게이머들은 '깜깜이 정보 제공과 출전 기회 박탈'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프리미엄 샵을 이용하는 고객이더라도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해당 이벤트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해당 사안으로 1인 시위를 벌인 한 TCG 선수는 "대회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든 포켓몬 게이머가 산 상품 매출로 충당됐을 것이다. 그런데 포켓몬코리아의 고객 대부분이 대회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포켓몬 카드게임을 정말 사랑한다. 앞으로 내가 포켓몬 TCG 대회 참가에 불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시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기회를 누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매장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포켓몬 TCG 커뮤니티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매장 대표는 "순수하게 대회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다 보니 떳떳하게 말할 수 없다. '대표'라는 것도 과정이 없으니 다른 선수들에게 인정받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매장 대표 역시 비밀유지서약에 따라 자세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지난 11월에 열린 '2022 유희왕 듀얼 얼라이언스'와도 비교하면 문제점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같은 TCG 종목이고 3대 3 팀전 포맷의 공인 대회이기 때문이다. 듀얼 얼라이언스는 WCS 만큼의 위상은 아니지만, '2022 점프 페스타 인 재팬' 참관 자격이 걸린 중요 대회다.
듀얼 얼라이언스는 약 한 달간 선발전을 통해 전국 매장 우승자를 대표로 선정, 이후 총 30팀이 다시 한 번 최종전에서 자웅을 겨뤘다. 최종전 우승팀이 점프 페스타 참관 자격을 얻었다.
반면, 포켓몬 카드샵 대항전은 매장 대표를 비공개로 선정, 약 5개월간 총 9라운드를 진행하여 상위 3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유저들은 대표 선발의 투명성은 물론 참가 기회조차 없었다는 상황을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세계 귀족 '천룡인'에 빗대어 '선택'받은 자만이 참가할 수 있는 '천룡인 대회'라고 비꼬고 있다.
한 TCG 전문 매장 관계자는 "결국 남는 것은 실질적으로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이다. 지금까지 포켓몬 TCG는 리셀러들에 의한 기형적인 매출 구조를 띠었다"라며 "TCG가 수집과 플레이 각각 즐기는 방향이 다르지만, 수집가와 리셀러는 엄연히 다르다. 리셀러는 상품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종목으로 떠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켓몬 팩의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잡다 보니 소위 '프리미엄'이라고 말하는 시장의 과잉 현상이 줄었다. 이로 인해 리셀러들이 많이 떠났다"라며 "건강한 TCG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평한 대회가 꾸준히, 그리고 많이 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켓몬코리아 관계자는 "각 프리미엄 카드샵에 가이드라인을 줬다"라며 "그 가이드라인에 맞춰 각 카드샵이 '알아서' 대표를 선발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방식으로 대표를 선발한 이유에 대해 물었으나 "구체적인 답변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관계자는 "추가 WCS 시드권 및 대회 관련해서는 별도로 공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공지 일정을 묻는 질문에는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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