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덩치 커진 토종OTT, K-콘텐츠 타고 성장·생존 [신년기획]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들이 꾸준히 자체 콘텐츠를 선보이며 K-콘텐츠를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예능에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동시에 팬데믹 특수를 누리던 OTT업계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티빙은 시즌과 통합이란 전략을 세웠다. 웨이브는 지상파와 연합해 몸을 키웠고, 왓챠 또한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 드라마만큼 든든했던 오리지널 예능
K-콘텐츠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OTT업계는 저마다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력해 왔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등 다양한 소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넷플릭스의 지난해 한 해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52.1% 늘어난 6317억 원으로 큰 증가폭을 보였다. 토종 OTT의 매출도 증가했다. 웨이브는 27.7% 증가한 2301억 원, 티빙은 1315억 원, 왓챠는 708억 원으로 순으로 뒤를 이었다.
드라마만큼이나 오리지널 예능이 뒷받침해줬다는 평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지금 우리 학교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수리남' 등 시리즈와 예능 '코리아 넘버원' '솔로지옥'1,2로 사랑받았다. 특히 '솔로지옥1'은 전 세계 TV쇼 부문 10권에 진입한 첫 국내 예능으로 입지를 다졌다. '솔로지옥2' 역시 공개 2주 만에 6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 중이다.
티빙은 첫 오리지널 콘텐츠 예능 '여고추리반'을 시작으로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2' '몸값' '술꾼도시여자들2' 등의 대표작으로 호성적을 거뒀다. 예능 '환승연애'의 입지도 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3분기에서도 티빙 유료가입자 기여도 16주 연속 1위, 역대 콘텐츠 주간 시청 UV 1위 등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웨이브는 올해 드라마 '약한 영웅 Class1' 뿐만 아니라 '메리퀴어', '좋아하면 울리는' 등의 차별화된 연애 예능으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왓챠는 역시 드라마 '최종병기 앨리스' '좋좋소' '시멘틱 에러'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예능 '도둑잡기' '노키득존' '지혜를 빼앗는 도깨비' 등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한 OTT 플랫폼 관계자 A 씨는 예능에 장점에 대해 "트렌드가 명확한 편이다. 보편적인 소재보다는 다양성 부분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OTT 플랫폼 관계자 B 씨는 "시리즈물로는 다양한 계층에 끌어 안을수가 없다. 흔히들 예능은 가성비가 좋다고 한다. 트렌드에 맞추기 때문에 가입자가 금방 늘어난다. MZ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 층까지 끌어모을 수 있어 올해 역시 예능 콘텐츠에 투자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제동 걸린 성장, OTT가 맞는 변화
그간 팬데믹 특수를 타고 빠르게 성장하던 OTT 시장이다. 드라마, 예능 등 오리지널 콘텐츠로 무장을 한 플랫폼이 다수 생겨났고, 판권 계약으로 라인업을 풍성하게 채우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일상생활이 회복되자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티빙은 팬데믹 기간 2020년 61억 원가량이던 영업손실이 1년 사이 762억 원으로 12.4배 급증했다. 웨이브도 성장과 별개로 적자다. 2020년 영업손실 169억 원에서 1년 사이 558억으로 3.3배 증가한 상황이다. 왓챠의 지난해 영업 손실은 248억 원이다. 현재 매각 인수 투자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 중이다.
B 씨는 "엔데믹이 시작돼 OTT업계가 둔화된 감이 있다. 또 현재 플랫폼들이 많다 보니 다중 구독을 하는 분들도 많고, 더 이상 가입할 수 없을 만큼 과포화 상태인 점도 원인으로 보인다"며 "넷플릭스의 주가도 떨어져 업계에 위기가 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내다봤다.
또한 B 씨는 "OTT 업계의 적자폭이 컸던 건 투자문제로 생각된다. 엔데믹 때문에 이용자가 감소했다기보다 성장을 위한 투자를 점점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작년까지는 성장을 위해 서로 경쟁하듯 투자를 늘렸다면, 올해는 적자폭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성장과 생존을 위한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티빙은 일찌감치 KT 시즌과 합병하는 전략을 택했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과 시즌의 모회사 KT스튜디오지니가 협력함에 따라 K-콘텐츠 강화에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파라마운트와의 전략적 협력 역시 점차 강화하고 있다. '여고추리반3' '환승연애3' 등의 대표 예능을 포함한 다양한 시리즈물도 전략 중 하나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웨이브도 HBO와 협력했다. 해외진출도 꾀했다. 일본 통신사업자 NTT도코모와 협력, 미주지역 K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인수하면서 첫 글로벌 진출에 도전한다. 특히 웨이브 관계자 C 씨는 "작년 한해 퀴어 예능 '메리 퀴어' '남의 연애' 등 사회적인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예능으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역시 '뾰족함'이 있는 소재로 독창적인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콘텐츠 차별화를 설명했다.
◆ 정부 시스템 마련, 호재 될까
정부는 국내 OTT에 대한 법안을 마련했다. 방송프로그램과 영화로 국한됐던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이 내년부터 OTT 콘텐츠로 확대된다. 자체등급제 도입을 위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정제로 3년간 시행된다.
B 씨는 "정부가 법안을 발표를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 같은 경우에는 세부적으로 영화, 사업자가 어느 수준으로 혜택을 받을지 등 빠른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에 투자비 부분이 빠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B 씨는 "사실 제작비에 대해서만 세액 공제를 해주는 건 OTT 플랫폼에게 큰 이점은 없을 수 있다. 제작사에게 감액을 해주는 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재 토종 OTT플랫폼의 투자비 공제 비율은 3% 수준밖에 안 된다는 설명이다. B 씨는 "반면 디즈니 플러스 같은 경우엔 16~2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맞춰 법안이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A 씨 또한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제작 관련 스튜디오가 없는 플랫폼이라면 와닿기 어려운 부분이다. 조금 더 국내 OTT 실정에 맞춘 법안이 발의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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