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울창이야기] 쌍둥이 감독의 똑같은 화법, 이우석과 이승우의 성장통
지난 1일 창원체육관에서 쌍둥이 형제 감독의 시즌 3번째 맞대결이 열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형인 조상현 감독이 동생인 조동현 감독에게 2번 모두 이겼다.
조동현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창원 LG에게 2번 모두 패한 이유를 묻자 “LG가 컵대회 때 뛰는 걸 보고 약한 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LG와) 경기를 해봤다. 김준일 등 가진 선수들이 좋은데 조상현 감독이 수비를 하게 만들었다. 압박수비를 하게 만들었고, 내외곽이 가능하다”며 “골밑에서 밀리지 않는 준일이도 많이 올라왔다. 지난 시즌 뛰었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마음가짐을 바꿔 열심히 한다. 내외곽으로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컵대회를 보면 수비를 설렁설렁하는 팀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내 생각일지 모르지만, 농구의 답은 수비라고 생각한다. 수비를 안 하면 트랜지션이 안 된다. LG가 그런 면에서 많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덧붙여서 말을 이어나갔다.
“(LG가) 2위인데 (조상현 감독은) 죽는 소리만 한다. 지금 우리는 만들어 가는 열매가 좋은 거다. 경험을 쌓고 있다. LG나 KGC인삼공사는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있어서 길목길목마다 다 자른다. 우리는 압박할 때 압박하고, 몸싸움을 할 때 몸싸움을 한다.
우리는 이승우 같은 선수 3명이 뛰고 있다. 승우도 가진 재능은 좋다. 열심히 하는데 적응하고 경험이 쌓이면 그런 활동량을 가진 선수가 어디 있나? 판단을 잘 못한다. 남의 떡이 커보일 뿐이다. 아침부터 죽은 소리를 해서 죽는 줄 알았다.“
조상현 감독은 선수들을 열심히 뛰게 만든 방법을 묻자 “선수들의 열정이나 코트에서 꾸준함, 고참들은 책임감, 그런 걸 미팅을 통해서, 연습 과정을 통해서, 상대에 맞는 수비 방법을 찾아가며 끌어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다. 다른 감독님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미팅도 많이 하고, 선수들에게 가장 큰 건 표현 방법이다. 둘이 미팅할 때도 있고, 다 있는 데서 뭐라고 할 때도 있다. 그럼 선수들이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찾아간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가진 재능이 나온다”고 했다.
조상현 감독은 이런 이승우의 정규리그 출전 가능성을 궁금해하자 “저 밑(창원체육관 지하에 위치한 보조경기장)에 가 있다. 경기 뛰는 걸 봤는데 D리그에서 트리플더블을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D리그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박유진 코치에게도 보고를 받고 있다. 내가 원하는 수비 방향 등을 좀 더 연습하고 정리가 필요하다는 게 코칭 스태프의 의견이었다. 오늘(1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답했다.
이승우의 라운드별 출전시간은 1라운드부터 차례로 25분 42초(8G), 13분 26초(10G), 9분 8초(4G)로 줄었다. 시즌 초반 중용받던 이승우는 최근 출전선수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조상현 감독은 “성장통이다. 그 때(시즌 초반)는 냉정하게 평가를 해서 다른 구단이 정리가 안 되었을 시기에 자신의 퍼포먼스가 나왔다. (지금은) 팀이 정리되고 분석이 되었다. 이승우는 트랜지션이 좋지만, 판단에서 그런 게 떨어진다. 슈팅력에서 자신이 없다고 생각해서 파생되는 게 없다”며 “그 와중에 정인덕이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D리그에서 올라왔다. 나도 평가를 받는 자리라서 결과를 내야 하기에 냉정하게 판단해서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 지금은 승우보다 인덕이가 수비나 슈팅에서 가진 재능을 발휘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이승우를 기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승우 3명이 뛰는 팀이 현대모비스라는 조동현 감독의 말을 전하자 조상현 감독은 “(오전 훈련을 할 때) 아침에 잠깐 봤는데 (현대모비스의) 젊은 선수들이 좀 더 성장해야 한다고 하는데 감독마다 시각이 다를 거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시즌 4강을 간 팀이다.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외국선수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못했을 뿐이다”며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 팀이다. 나는 현대모비스가 분명히 더 강팀이라고 생각한다. 유재학 감독님께서 만들어놓으신 현대모비스만의 특유의 조직력이, 내가 아직 범접하지 못할 시스템이 있기에 나도 그걸 만들어가고 싶다. 유재학 감독님의 경기의 수비를 보면서 배웠다. 서로 죽는 소리 하는 거다. (조동현 감독이) 배가 불러서 그렇다. 저렇게 안정적인 팀이 어디 있나? 현대모비스, KGC인삼공사, SK 안정적이다”고 했다.
조상현 감독은 그러면서도 “(LG가) 너무 잘 하는데 나도 부담이다. 약체로 평가 받았는데 순위가 올라서 너무 잘 하는데 불안한 것도 있다. 정상적인 팀이 아닌 행운이 따른 승리도 있었다. 3월까지 더 준비해서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남들은 나에게 죽는 소리 한다고 하는데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거 같다”고 속마음도 전했다.
‘배가 부른’ 조동현 감독은 ‘죽는 소리 하는’ 조상현 감독과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 77-73으로 이겼다.
이우석은 이번 시즌 한 자리 득점한 다음 경기에서는 무조건 두 자리 득점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
조동현 감독은 LG에게 승리한 뒤 이우석의 부진을 언급하자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플레이가 잘 될 때 잘 되고 안 될 때 수비가 안 된다. 들쭉날쭉하다”며 “어린 선수라서 성장통이다. 서명진도, 아바리엔토스도 겪어야 할 성장통이다”고 했다.
대학 3학년 때 프로 진출을 도전했고, 장신임에도 볼을 다룰 줄 알아 닮은꼴로 평가받기도 했던 이우석과 이승우는 조동현 감독과 조상현 감독의 똑같은 성장통이란 진단을 받았다.
조상현, 조동현 감독과 오랜 시간을 보낸 이재도나 장재석 등은 두 감독을 온전히 구분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일반인은 쉽게 구분하지 힘든 쌍둥이 감독은 화법도 비슷한 건 분명하다.
5일 LG는 서울 삼성과, 현대모비스는 고양 캐롯과 원정 경기를 갖는다. 4라운드를 시작하는 두 쌍둥이 감독은 같은 날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참고로 이승우는 이날도 결장한다.
#사진_ 점프볼 DB(윤민호, 정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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