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무기한 연기' 컬리, '4조→1조' 기업가치 회복 먹구름

연희진 기자 2023. 1. 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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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의 상장 열차가 멈췄다.

이번 상장 연기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철회가 아닌 연기"라고 강조하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컬리의 기업가치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치 4조→1조 하락 '적자 기업'도 걸림돌━컬리가 적자 기업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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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가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마켓컬리 배송 트럭. /사진제공=컬리
컬리의 상장 열차가 멈췄다. 재출발 시기는 '미정'이다.

'이커머스 1호 상장'을 노리던 컬리가 지난 4일 코스피 상장 연기를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한 결정이란 설명을 내놨다.

컬리의 상장 연기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컬리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통과에 5개월이나 걸렸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지난해 말 기준 5.75%로 낮은 점이 문제가 됐다.

한국거래소는 컬리의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최소 18개월 이상 보유 지분을 팔지 않을 것과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약정을 컬리에 요구했다. 이에 컬리가 화답했고 지난해 8월22일 예심을 통과했다.

이번 상장 연기에 대해 컬리 관계자는 "철회가 아닌 연기"라고 강조하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컬리의 기업가치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컬리는 2015년 시리즈A부터 2021년 프리IPO까지 투자받으며 2021년 12월 기준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컬리 주식은 지난해 초 11만원에서 최근 3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가치는 1조원대 초반까지 내려갔다.

컬리는 한때 4조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사진은 컬리 투자 유치 및 기업 가치 현황.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업가치 4조→1조 하락… '적자 기업'도 걸림돌


컬리가 적자 기업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2019년 986억원 ▲2020년 1162억원 ▲2021년 2177억원 등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해가 갈수록 적자 폭이 커졌다.

그동안 컬리는 공헌이익이 3년 연속 흑자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공헌이익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금액을 말한다. 인프라 투자가 마무리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한 구조가 완성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컬리의 공헌이익이 고정비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인건비·임차료·감가상각비 등이 커 투자 비용의 일부만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컬리의 정체성인 새벽배송은 인건비와 물류 시스템 투자에 비용이 많이 투입된다.

경쟁자가 많아지고 있는 점도 악재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영국 리테일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카도의 온라인 식료품 주문·배송 솔루션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도입과 운영을 위해 2030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한편에서는 컬리가 올해 초 상장을 강행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투자금이 많이 떨어져 상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2021년 컬리는 새벽배송 범위를 확대했고 지난해 ▲뷰티 플랫폼 론칭 ▲커뮤니티 스타트업 헤이조이스 인수 ▲3PL(3자배송) 확대 등을 진행했다. 현재 2023년 창원·평택 물류센터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이커머스 업체의 상장 이유는 실탄 확보다. 투자금을 확보해 지속해서 성장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103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4년 로켓배송 출범 후 첫 분기 흑자를 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적자 폭을 줄이고 3분기 흑자 전환한 것.

컬리의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컬리 관계자는 "컬리는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고 계획 중인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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