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대표’ 김석준 회장 물러난 쌍용건설, 남은 숙제 세 가지

이미호 기자 2023. 1. 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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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 단행된 글로벌세아그룹의 ‘쌍용건설 인사’를 두고 쌍용건설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4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김석준 회장이 경영 2선으로 물러난데다 임원의 절반이 물갈이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세아그룹은 ‘해외 건설 명가’라는 쌍용건설의 장점을 살려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당분간은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둬야 하는 등 남은 과제가 산적해있다.

쌍용건설 본사 모습./뉴스1

◇조직 안정화 및 통합 ‘숙제’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 2일 인사 발표 직후, 김 회장의 거취를 의식한 듯 별도의 추가 자료를 냈다. 김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나지만 회장직을 유지하고 “경영 안정화와 사업확장 부분에서 기여를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지난해 10월 쌍용건설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을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의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 전날 열린 ‘월간 회의’에서 이 같은 사실을 통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중동 순방’에 함께 나서는 등 여전히 존재감이 부각되면서 인수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워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김 회장은 쌍용그룹 창업주인 김성곤 전 회장의 차남으로, 건설업계에서는 입지전적한 인물이다. 쌍용건설이 두 번의 워크아웃을 거쳐 주인이 두 번 바뀌는(과거 두바이투자청이 인수)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지금까지 명망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는 김 회장이 이끈 ‘해외 건설 수주 및 시공’ 실적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밖에 쌍용건설은 주총을 통해 임원 29명 가운데 14명만 남겼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등을 담당하는 실무진 위주로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떠나게 된 임원들은 인사, 기획, 법무, 홍보 등 스태프 부서 출신들로 퇴직금 외에 별도의 ‘위로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한 인사는 “모기업 사람들로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영역의 사람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내부적으로는 ‘올 것이 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쌍용 색깔을 아예 지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김 회장이 물러난 것에 대한 반감을 잠재우고, 상대적으로 재직 기간이 긴 차장급 이상 직원들을 다독이는게 선결 과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업계에 오래 종사한 한 임원은 “건설업이야말로 변수가 많은 업종이다. 그럼에도 한 회사에 꾸준히 적을 두고 있는, 즉 충성심과 로열티가 있는 직원들을 챙겨야 한다”고 했다.

또 이번 인사 후속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 조직 내부를 추스르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해외건설 명가’ 명성 지켜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호텔 등 세계적인 건축물을 성공적으로 수주·시공하면서 보여준 ‘해외건설 명가’라는 위상을 유지하는 것도 과제다.

쌍용건설은 최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 공원을 조성하는 ‘킹 살만 파크 프로젝트’의 사업수행능력평가(PQ)를 신청했다. 쌍용건설은 PQ를 통과하는 즉시 프로젝트 발주에 적극 입찰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 수주에 성공하느냐 여부가 글로벌세아그룹과의 인수합병 완성 이후, 수주 능력을 판가름 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석준 회장의 역할을 이어받을 인사로는 김인수 전 현대건설 부사장이 낙점돼 사장으로 임명됐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가장 공을 들인 인물로 알려졌다. ‘정통 건설맨’을 영입해 패션과 건설이라는 이종(異種) 분야간 벽을 허물고 빠른 시간내에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현대건설에서 40년 넘게 재직했다. 해외 현장에서 소장 경험이 풍부한데다 건축사업본부장을 지냈다. 또 현대건설의 대표적 랜드마크 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단장을 거치는 등 초고층건물 전문가로도 통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김석준 회장 못지 않게 해외 일감을 따낼 수 있는지에 따라 이번 인사에 대한 업계의 평가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주택사업 재건도 관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주택사업을 강화하는 등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야 한다는 점도 숙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년도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 1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33위에 그친 성적이다. 부채비율이 높다 보니 공사실적 분야에서 받은 점수를 경영평가에서 잃은 측면이 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이달 중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600%대였던 부채비율은 200% 중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부진한 주택사업을 복원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쌍용건설은 주택시장이 뜨겁던 지난 2021년 분양이 단 두 건에 그쳤을 정도로 주택사업이 위축돼있다. 지난해에는 리모델링 단지를 포함해 네 곳에서 분양했다. 주요 건설사가 매출의 절반을 국내 주택사업에서 거두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부진했던 셈이다.

특히 ‘리모델링 사업’ 분야에서 잃은 지배력을 되찾는 것도 관건이다. 쌍용건설은 2007년 1월 국내 리모델링 1호 아파트인 ‘방배궁전 예가 클래식’을 시작으로 2호인 ‘당산 예가 클래식’, 3호인 ‘도곡동신 예가 클래식’, 4호인 ‘밤섬 예가 클래식’까지 총 12개동 약 1000가구에 달하는 리모델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가 앞다퉈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한 번 잊으면 다시 찾지 않는다”면서 “쌍용건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면 주택시장부터 챙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랜 기간 원팀으로 일했던 조직을 쇄신한 것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에 다른 건설사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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