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감에 ‘레드카드’…美 연준 FOMC 회의록 보니

2023. 1. 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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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리 인하 예상 위원 없어
“조기 완화 시 감당못할 인플레 위험”
최종 금리 수준, 올해 인상 폭 관심
2월 빅스텝 유력 전망 속 속도 조절론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인플레이션 완화가 연준 통화정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재차 확인하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연준은 노동시장이 충분히 냉각되지 않았고 물가 상승률 역시 목표치에 다다를 만큼 억제되지 않았음에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원하는 시장의 잘못된 기대가 인플레이션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4일(현지시간) 공개된 FOMC 의사록에서 주목할 점은 올해 금리 인하를 전망한 연준 위원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대다수 위원들은 경제 관련 지표들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한 하향 경로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기 까지 제한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확인했다.

특히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을 두고 많은 위원들은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된 것이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려는 연준의 결의가 약화되거나 인플레이션이 이미 하향경로에 들어섰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몇 위원들은 역사적으로 통화정책을 조기에 완화했다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금리 인상과 인하를 반복하다 1970년대 내내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아서 번즈 전 연준 의장의 실수를 의식한 것이다.

위원들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충분히 이어가지 못할 경우 물가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상승곡선을 이어가면서 가계의 구매력이 잠식될 위험성이 경기 침체 위험성보다 더 크다고 봤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2%로 갈 때까지 계속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적절하다는 것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준 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과도한 긴축의 위험성에 대해선 일단 뱃속에 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긴축 정책을 강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것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실업률이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임금상승 추세가 여전히 견실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실업률은 3.7%로 2020년 초 15%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또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1년 전 보다 5.5%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5년 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위원들은 여전히 노동 공급과 수요간 큰 불균형이 남아 있다고 결론 내렸다. 최근 조기퇴직, 육아비용 증가, 이민 감소 등으로 인해 노동력이 크게 부족한 만큼 기업들은 생산 수요가 둔화되더라도 고용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다만 연준이 올해 금리 인상 폭을 어느 정도 가져갈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연준위원들은 현재 4.25~4.50% 범위의 금리가 연말까지 5%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FOMC 기자회견에서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얼마나 더 높고(high) 길게(long) 인상하는지가 얼마나 빠르기(fast) 도달하는지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날 올해 상반기에 추가로 기준금리를 100bp(1%포인트) 인상해 최종금리를 5.4%로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에세이 형식으로 발표했다. 다만 1%포인트의 금리를 몇 번에 걸쳐 인상해야 하는지, 1회 인상폭이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인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데릭 탕 LH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융 시장의 이완을 경계하고 있는 만큼 2월에 빅스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로이터는 “대부분 위원들은 정책의 유연성과 운신의 폭을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2월 회의에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축소할 수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경우 최종금리는 예상보다 훨씬 높게 가져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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