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캐롯의 3점슛에 눈길이 가는 이유

김아람 2023. 1. 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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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2022년 11월 중하순에 작성했으며,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신생팀 고양 캐롯 점퍼스가 리그 평균 득점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가장 큰 원동력은 3점슛. 캐롯은 기사 작성 시점을 기준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시도, 성공한 팀이다. 한 경기 평균 31.9개의 외곽포를 가동해 11.8개를 꽃아 넣고 있다. 10개 구단 중 3점슛 성공 평균 개수 10개 이상을 기록한 팀은 캐롯이 유일하다. 성공률은 36.9%(153/415)로 이 부문에서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바스켓코리아 12월호 <기록이야기>는 화끈한 양궁 농구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캐롯의 3점슛’ 이야기를 준비했다. 

 

기록 수집의 근거

경기번호 60번 종료 기준(11월 20일 경기 포함), 각기 다른 상대 팀을 대상으로 총 9경기를 조사했다. 이 기간에 캐롯은 DB/KT/한국가스공사/삼성 등 네 팀과는 각 2경기를 치렀는데, 두 경기 중 3점슛 성공률이 높은 경기를 선정했다. 두 경기 간 성공률의 차이가 0.2%에 불과했던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는 3점슛 시도 횟수가 더 많은 경기를 택했다. 

 

KBL 공식 기록(성공/시도/성공률)으로 3점슛에 관한 특이사항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므로 기록은 스포티비 중계 영상 분석을 통해 수집했다.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기에 정의에 관해 짚고 갈 기록(무빙여부/수비인원/오픈여부)이 있다. 신체 접촉이 많은 농구 특성상 상황을 명확히 규정하기엔 어려움이 많지만, 본편에서 설정한 기준에 맞춰 일관되게 수집하려고 노력했다. 기준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무빙 여부는 ‘정지’와 ‘무빙’으로 구분했다. 정지는 슛을 쏘는 선수가 볼을 받기 전에 자리를 잡은 상황을 의미한다. 신체 밸런스를 정비하거나 패스의 질에 따라 한 보 이내로 움직인 상황까지는 정지로 보았다. 무빙은 선수들이 무빙슛 연습을 할 때의 스텝을 밟는 경우를 뜻한다. 수비를 떨쳐내기 위한 움직임이 있거나, 패스를 받기 전 자리를 잡고 있었으나 볼을 받기 위해 1보를 초과해 움직인 경우를 무빙으로 기록했다. 

 

수비 인원은 ‘노마크’와 ‘1인’, ‘2인’으로 나눴다. 노마크는 공격자 정면에 수비가 없는 경우다. 상대 선수가 있어도 수비 의사가 없거나, 슛하는 데 있어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멀리 떨어진 경우도 노마크로 인정했다. 수비 인원이 1인인 경우, 수비자가 적극적으로 수비를 하지 않아도 공격자 가까이에 붙어 있는 경우까지 포함했다. 

 

오픈 여부는 ‘오픈이 아닌 상황’과 ‘오픈’, ‘와이드 오픈’ 등 3가지로 구분했다. 오픈이 아닌 경우는 수비가 있는 상황이다. 오픈은 본편에서 정의한 노마크 상황에서의 슛 시도(슛 쏘기 전 동작이 정지와 무빙인 상태를 모두 포함)를 가리킨다. 와이드 오픈은 일반적인 오픈 상황으로 슛을 던지기 전 움직임이 있던 무빙슛은 제외했다. 

 


코트 위 인싸 전성현, 집중 견제 속에서도 톱클래스 면모

인싸(인사이더)가 따로 없다. 그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선수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물론, 캐롯을 상대로 만나는 팀 선수들의 이야기다. 코트 곳곳에서 끈질기게 따라붙고, 슛을 쏠 수 없도록 밀착하고, 몸싸움을 펼친다. 그래서 전성현은 공격 상황에서 온갖 노고(?)를 겪는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에이스 슈터를 막기 위한 상대의 노골적인 수비는 강도가 남다르다. 원래도 많이 움직이는 스타일인데, 강도 높은 수비에 움직임이 더 많아진 모양새다. 다른 선수들이 다소 정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전성현은 볼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여야 했다. 바꿔 말하면, 찰싹 달라붙은 수비로 인해 움직이지 않고는 볼을 만질 수가 없었다. 전성현의 뛴 거리를 측정한다면, 리그에서도 높은 순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설하고, 팀의 3점슛 기록에서 전성현이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봤다. 본편이 대상으로 삼은 9경기에서 캐롯은 총 283개의 3점슛을 던졌다. 그중에서 전성현이 쏘아 올린 슛은 총 75개, 팀 전체의 26.5%를 차지했다(이정현 17.7%, 한호빈 15.2%, 디드릭 로슨 11.7%). 캐롯이 시도한 3점슛 283개 중 림을 가른 건 111개다. 전성현은 이 가운데 32개를 적중시키며, 팀의 3점슛 성공 개수에서 28.8%를 담당했다. 

 

전성현은 자신의 3점슛 75개 중 54개를 무빙슛으로 시도했다. 수치를 간소화하면, 3점슛 10개를 던졌을 때 7개 이상은 무빙슛이라는 계산이다. 무빙슛으로 쏜 3점슛 성공률은 38.9%(21/54)였다. 반면, 슛을 시도하기 전 정지 상태였을 경우엔 성공률이 52.4%(11/21)까지 상승했다. 

 

앞서 수비 인원 기록은 ‘노마크’와 ‘1인’, ‘2인’으로 나누어 수집했다고 밝혔다. 캐롯이 시도한 3점슛 283개 중 1인 수비는 167회, 노마크는 109회로 나타났다. 캐롯의 한 선수가 3점슛을 던질 때 상대 팀 수비 2인이 마크한 경우는 5회에 불과했다. 이 5회 중 4회는 전성현의 몫이었다. 특히, KCC전에서만 3차례 나왔는데, 이근휘나 정창영이 전성현을 수비할 때 허웅이 도움 수비를 온 경우였다. 여담으로 3점슛을 쏘려는 선수에게 수비 2인이 붙는 경우는 주로 4쿼터 승부처에서 나왔다. 

 

본론으로 돌아와, 전성현에게 노마크는 24회, 1인 수비가 붙은 경우는 47회, 2인 수비가 붙은 경우는 4회로 확인됐다. 수비가 2명 있었을 때의 3점슛부터 보면, 성공률은 25.0%(1/4)였다. 확실히 수비 2명을 달고 쏘는 슛은 성공률이 저조했으나, 표본수가 적어 일반화하긴 어렵다. 자신에게 수비 2명이 몰린 경우엔 주로 패스를 했고, 곧장 슛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가장 많이 연출된 상황은 수비 1명이 있었을 경우다. 이때 전성현은 성공률 36.2%(17/47)를 기록했다. 

 

노마크 찬스에서 던진 3점슛 성공률은 58.3%(14/24)로 수비 여부에 따른 성공률 중 최고치다. 범위를 좁혀 정지 상태에서 던진 노마크는 13개 가운데 8개(성공률 61.5%)를 넣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전성현과 함께 쌍포로 불리는 이정현의 이 부문 성공률이 45.5%(5/11)임을 고려하면 전성현의 성공률은 시선을 모을 수 있는 수치다. 범위를 좀 더 좁혀 와이드 오픈 찬스는 4차례 있었는데, 그중 들어간 건 3개(성공률 75.0%)다. 놓친 1개는 비교적 정리가 덜 된 속공 상황에서 쏜 것이었다. 지난 11월 10일, 캐롯과 SK의 경기에서 조주영 스포티비 캐스터는 “안 들어갈 리 없는 전성현의 와이드 오픈”이라고 하기도 했다. 

 

쿼터별로 보면, 전성현은 출전 시간이 좀 더 길었던 4쿼터와 1쿼터에 많은 3점슛을 시도했다. 성공률도 4쿼터(45.8%, 11/24)-1쿼터(45.0%, 9/20)-2쿼터(41.2%, 7/17)-3쿼터(35.7%, 5/14) 순으로 시도 횟수와 비례했다. 

 


프로 2년 차 이정현, 벌써 무섭다

직전 시즌에 데뷔한 선수가 맞나 싶다. 이정현의 경기력이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가운데, 그의 3점슛에도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이정현은 2021-2022시즌 평균 23분 26초 동안 3점슛 3.3개를 던진 바 있다. 

 

기록 수집일을 기준, 올 시즌엔 평균 33분 29초 동안 3점슛 5.6개를 시도하고 있다. 외곽슛 시도를 경기당 2개 이상 늘리며, 성공률을 33.5%에서 43.0%로 끌어올렸다. 본편에서 대상으로 삼은 9경기만 보면, 3점슛 성공률은 46.0%(23/50)까지 솟는다. 캐롯의 양궁 농구에서 이정현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정현이 시도한 3점슛은 50개로 팀 전체의 17.7%에 해당한다. 그의 3점슛을 분석하면, 전체 3점슛 중 무빙슛이 60%(30개), 정지 상태에서 쏜 슛은 40%(20개)를 차지한다. 무빙슛 성공률은 43.3%(13/30), 정지된 상태에서 시도한 3점슛 성공률은 50%(10/20)다. 자세만 확실히 잡으면 2개 중 1개는 림을 통과하는 셈이다. 

 

이정현에겐 와이드 오픈 기회가 딱 한 차례 있었는데, 그는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와이드 오픈을 제외한 넓은 의미에서의 오픈 찬스에서는 성공률 61.1%(11/18)를 기록했다. 상대 입장에선 외곽에서 전성현만 수비하다간 이정현에게 얻어맞으니 수비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닐 것이다. 

 

상대적으로 수비를 달고 쏘는 3점슛에서는 다소 약한 모양새다. 수비가 있는 상황에서 시도한 슛 31개 중 득점으로 연결된 건 11차례. 성공률은 35.5%다. 한편, 시간에 쫓겨 던진 3점슛은 총 3회였으나 모두 실패했다. 딥쓰리는 6회 시도해 절반을 넣는 데 성공했다. 

 


단조로운 패턴에 아쉬운 성공률, 그래도 매력적인 로슨의 3점슛

디드릭 로슨의 공격은 빈도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골대로 돌진 혹은 3점슛. 외곽슛의 패턴도 단조롭다. 프런트 코트로 넘어오면서 원투 스텝에 이은 슛, 3점 라인 밖에서 수비가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으면 던지는 슛 정도다. 로슨은 라인 밖에서 패스하지 않거나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여지없이 3점슛을 쐈다. 

 

성공률은 물음표다. 33개 중 10개로 30.3%를 기록했다. 빈말이라도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양심을 운운할 정도로 낮지도 않다. 그렇기에 수비 입장에서는 마냥 따라 나가기도, 슛을 편히 던지게 하기도 애매할 터. 짧은 찰나, 로슨을 수비하는 선수가 고민하는 모습도 하나의 볼거리였다. 

 

노마크에 슛을 쏘기 전 정지 상태였던 경우의 성공률은 아쉽다. 로슨은 해당 상황에서 9개 중 2개만을 넣었다. 백분율로 따지면 22.2%. 오히려 상대를 앞에 두고 쏠 때 더 잘 들어간 것이다. 무빙 여부로 나누면, 정지 상황에서는 25회, 무빙슛으로는 8회 시도했다. 시도 횟수의 차이가 있지만, 성공률 수치만 보면 무빙슛이 두 배 정도 높았다. 무빙슛은 50%(4/8), 정지 상태에서 쏜 슛은 24%(6/25)였다. 

 

상대팀별로 눈에 띄는 점이 2가지만 살펴보자. 로슨은 LG/KCC/삼성전에서 3점슛 시도 1개에 그쳤지만, KGC인삼공사전에선 3점슛을 7차례나 시도했다. 7번 중 6번은 앞에 오마리 스펠맨이 있었다. 그러나 스펠맨은 로슨의 3점슛을 적극적으로 수비하지 않았다. 스펠맨의 헐거운 수비 탓인지, 그와의 인사이드 경합을 피한 건지 결과적으로 로슨은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시도했다. 사실상 노마크나 다름없던 상황에서도 성공률은 14.3%에 불과했다. 그러나 로슨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캐롯은 이날 3점슛 31개를 던져 6개만을 넣는 등 19%라는 다소 충격적인 성공률을 기록했다. 

 

SK전 로슨의 매치업 상대는 자밀 워니였다. 워니는 로슨의 3점슛을 막으려는 의지가 분명 있었다. 로슨 역시 워니의 수비를 피해 4차례 중 절반은 딥쓰리로 시도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이 경기에서 던진 3점슛 4개 중 3개가 림을 갈랐다. 성공한 3점슛 3개 중 2개는 무빙슛으로 시도한 결과다.

 


수비가 방심한 사이, 코너를 접수한 최현민과 김강선 

노마크 찬스가 생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공격하는 선수가 동료의 스크린 등으로 도움을 받아 수비를 따돌리거나, 수비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않을 때 등으로 다양하다. 또한, 수비 중 한 명이라도 도움 수비를 간다면, 필연적으로 수비로부터 자유로운 공격자가 생긴다. 캐롯에서는 최현민이 가장 큰 수혜자(?)였다. 

 

60번 경기가 종료된 시점에 리그에서 3점슛을 경기당 3개 이상 던진 선수 중 성공률이 가장 높은 선수는 최현민(47.8%)이다. 본편의 대상인 9경기만 보면, 3점슛 성공률은 50.0%(14/28)에 육박한다. 최현민이 시도한 슛 28개 중 무빙슛은 단 3개(성공률 33.3%). 나머지 25개(성공률 52.0%)는 모두 볼을 받기 전부터 3점슛을 쏘기 위해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그는 주로 좌우측 코너에서 노마크 찬스를 노렸다. 

 

지난 11월 6일 현대모비스전 2쿼터에는 김승기 감독이 홈 벤치 앞 코너에서 홀로 대기하고 있던 최현민에게 볼을 주라며 손짓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최현민은 노마크 찬스에서 3점슛 성공률 54.5%(6/11), 수비가 있는 상황에서의 3점슛 성공률은 47.1%(8/17)를 보였다. 

 

김강선의 3점슛도 인상 깊었다. 본편에서 다루는 경기 중 김강선의 3점슛 시도 횟수는 11회뿐이었다. 시도는 적었으나, 콘셉트는 확실했다. 김강선은 수비가 없는 코너에서 정지한 상태로 볼을 받아 불필요한 동작 없이 슛만 쏘려고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강선이 시도한 3점슛 11개 중 무빙슛 1개를 제외, 나머지 10개 중 노마크 찬스는 9개였다. 그리고 림을 통과한 건 6개. 정지 상태에서의 노마크 찬스 성공률만 따지면 60.0%다. 특히, 김강선의 오픈 찬스는 전성현에게 도움 수비가 많이 갔던 KCC전에서 축포(4개)처럼 터졌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캐롯의 코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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