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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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야 할 얘깃거리가 늘고 있다. 동세대, 동향이라 할지라도 꺼내기 어려운 주제. 정치가 그렇다. 상대의 정치 성향을 알기 전까지는 정책이나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경제 이야기도 쉽사리 하기 어렵다. 부동산이든 소득이든 원인을 파헤치다 보면 정치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젠더 이슈도 마찬가지. 여기에 인종차별이나 난민 문제 등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소재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상대가 논리를 펼치길 기다리는 관용적인 토론은 보기 드물다. 배타적인 태도는 내 주변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쇼비니즘의 시대가 도래했다.
1 유럽에 부는 애국주의 열풍
이탈리아 외에도 2010년대 유럽에선 우파 정당이 큰 지지를 얻었다. 영국 노동당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사민당 등 유럽 주요 좌파 정당들은 2010년대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영국은 보수당이 집권했고,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우파가 여전히 강건하다.
프랑스는 중도 우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쇼비니즘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에 대한 지지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으로는 프랑스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600만 무슬림에 대한 인종 갈등이 꼽힌다. 지난해 무슬림 10대 학생들에 의해 현직 교사가 거리에서 참수되는 사태 등을 겪으며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지 않은 무슬림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높아진 상태다.
우파 정당이 집권한다 하여도 쇼비니즘이 와해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선 네오나치즘을 주장하는 집단들이 등장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선 프라우드 보이스와 큐어넌이라는 극우 집단이 논란의 대상이다. 그들은 트럼프 대선 캠프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아래 결집했으며, 백인과 남성 우월주의를 표방한다. 무슬림과 유대인,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수주의가 판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에서 2000~2009년 출생한 세대를 뜻하는 ‘링링허우’는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만큼이나 애국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그들은 수입품보다 국산품을 애용하고,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타국의 문화나 정책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링링허우는 약 1억6천만 명이 넘는 인구수를 바탕으로 중국에 반하는 브랜드를 보이콧하며 경제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2021년 현재도 쇼비니즘은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급진적인 움직임을 펼친다. 이는 국수주의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 세력의 발생과 확대는 그들만의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진다. 국내에서는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로 함축해 표현되기도 하듯, 유럽과 미국, 중국에서도 특정 메신저들이 극단주의의 소통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2 프라우드 보이스는 비공개를 원한다
조지 파머 또한 영국 우파 정당을 재정적으로 후원한 경력이 있다. 기업 대표의 정치적 색깔이 중요한 것은 팔러가 미국 내 극우 세력의 소셜미디어로 불리기 때문이다.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정지되자 공화당을 비롯한 우파 세력은 트위터의 검열 기준에 반발하며 팔러로 대거 이동했다. 팔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안 플랫폼이다. 팔러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검열이 느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내에서 증오 콘텐츠로 불리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우파 세력이 팔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당시 팔러는 앱스토어에서 한 주 동안 4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될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고, 무료 앱 중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트럼프 캠프 외 공화당 지지자들로 북적거린 팔러는 이 시기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프라우드 보이스와 큐어넌 등 극우 집단의 참여로 더욱 공격적인 콘텐츠들이 증가한 것이다. 혐오 콘텐츠에 대한 팔러 측의 검열이 이루어지지 않자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선 팔러가 공공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퇴출시키기에 이르렀다. 웹 호스팅을 제공한 아마존 역시 서비스를 중단하며 팔러를 옥죄었다. 팔러의 주된 사용자들인 우파 세력의 반발이 이어졌고, 극우 세력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으로 터를 옮겼다. 개방된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세력을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면, 폐쇄된 커뮤니티는 극단주의의 밀도를 높인다. 텔레그램 비공개방에서 활동한 프라우드 보이스의 백인우월주의는 더욱 강건해졌다. 그들은 비공개방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지난 1월 미국 의회를 점거했고, 사상자가 발생됐다.
3 링링허우는 이미지로 소통한다
링링허우는 IT 기술에 익숙하고, 소셜미디어로 사교 활동을 하는 Z세대의 특징도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인터넷은 만리방화벽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해외 사이트 차단과 감시, 검열이 엄격한 곳이다. 따라서 링링허우는 폐쇄적인 중국 인터넷에 갇혀 자란 세대이기도 하다. 배타적인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Z세대가 극단적인 애국주의를 과시하는 곳 역시 온라인이다. 링링허우는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등 인터넷에서 중국의 우월함을 강조하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반하는 경우에는 사이버 불링을 가한다. 사이버 불링이 가해지는 곳은 ‘웨이신’이나 ‘웨이보’ 등 중국 내 대형 소셜미디어들이지만, 종종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국내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이들의 강경한 어조가 발견된다.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세대 링링허우가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는 QQ다. QQ는 1992년에 등장한 오래된 메신저다. 지금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위챗이 카톡이라면 QQ는 버디버디인 셈. 링링허우는 대화창이나 디자인 스킨, 폰트 등 사용자가 꾸밀 수 있는 그래픽 요소가 많기 때문에 QQ를 선호한다고 한다. QQ는 재밌는 메신저이지만 토론과 논의에 적합한 도구는 아니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불편하고, 개인의 목소리가 강조되지 않는다. 링링허우가 선택한 메신저다.
EDITOR : 조진혁 | PHOTOGRAPHY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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