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분양가상한제 해제, '미분양' 우려속 분양가 오를까
"가격 오르겠지만, 미분양 우려에 제한적…HUG 심사도"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대거 해제하면서 앞으로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등 시장 침체 흐름이 가속하자 정부가 이번 규제 완화책을 내놨는데 분양가가 더 오를 경우 미분양이 되레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이번 방안으로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집값 급등기와는 다르게 무작정 분양가를 높이 책정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 심사 등으로 가격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고분양 단지가 급증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전매제한·실거주 부담 덜지만 분양가는 '상승'
정부는 지난 3일 업무보고를 통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적용지역에서 해제했다. 기존에는 서울 18개구 309개동과 과천·하남·광명시 13개동이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관련 기사: 5일부터 강남3구·용산 외 규제지역 다 풀린다(1월 3일)
상한제 지역은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의무 등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상한제가 해제되면 이런 요건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건설사나 정비사업 조합 등 공급자 입장에서는 자율적인 분양가 책정으로 사업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최근 분양한 단지들의 분양가가 높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미분양 주택이 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 11월 미분양 주택 6만 가구 육박…거래량은 반토막(12월 3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522만원으로 지난 2000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상승액도 지난 2021년 1311만원에서 211만원 올라 조사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의 경우 하반기 들어 시장 침체 흐름이 빨라지고 미분양 주택이 급증했지만 분양가 인상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물가 인상 등으로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크게 올라 공사비가 상승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최대한 저렴하게 사는 게 좋은데 이번 분상제 해제는 이런 면에서 수요자보다는 공급자의 숨통을 틔워주려는 정책으로 보인다"며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우려되는 건설사들의 자금 경색을 완화시켜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분양 우려로 소폭 그칠 것…HUG 심사도 변수
다만 분양가를 올리더라도 소폭에 그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시장 침체로 분양 시장에도 한파가 불면서 미분양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무작정 올렸다가는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지적이다.
송 대표는 "정부가 중도금 대출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어줬지만 현재 중도금 집단대출 이자가 7%대에 달하는 등 환경이 여전히 좋지 않다"며 "고분양가라고 인식되는 사업장은 분양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만큼 분상제를 풀어줘도 지금 분위기에서 분양가를 무작정 올리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역시 "청약경쟁률이 낮아지고 분양받은 매물을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를 붙여 파는 분위기 속에서 분양가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분양가 상승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HUG의 분양 보증 심사 등으로 필요시 분양가를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다는 점도 분양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고분양가를 책정하더라도 정부가 '조절'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상제를 해제하더라도 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이나 또는 미분양 관리지역 등으로 관리하면서 사실상 통제를 할 수 있다"며 "만약 고분양가가 나오게 되면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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