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드론 사령부 창설과 드론 신무기 개발…"졸속 · 날림 우려한다"
"열심히 뛰는데 뒤에서 밀어 넘어뜨리려고 한다", "열흘도 안 돼 사령부급 부대 창설 선포는 전시에도 보기 힘든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군, 윤석열 정부의 군은 따로 있지 않다"…
어제(4일) 대통령실과 군이 드론 통합 사령부 창설과 각종 드론 신무기 개발 청사진을 발표하자 현역 장교들과 국방과학자들이 털어놓은 속내입니다.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이 벌어진 지 열흘도 안 됐습니다. 지금은 북한 무인기와 우리 군 대응에 대한 평가, 분석, 진단을 할 시점입니다. 그런데 드론에 우리 군의 사활이 걸린 양, 대책들이 쏟아지니 날림, 졸속 등을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2m짜리 북한 드론 뜨니 급조되는 사령부와 신무기
군은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드론 부대를 통합해 드론 합동 사령부를 조속히 창설한다고 했습니다. 발표에 앞서 북한 무인기에 대한 위협 평가, 우리 군 드론 전력에 대한 진단, 유무인 복합 체계에 대한 분석, 필요충분한 공격·방어 수준에 대한 결정 등 필수적인 과정을 거쳤는지 의문입니다. 위협 평가, 전력 진단 등이 없었다면 드론 합동 사령부 창설 계획은 날림이고 졸속입니다.
사령부는 소장 이상 계급이 지휘하는 최상위 부대입니다. 각종 평가와 진단, 분석을 마쳤다 해도 각 군의 드론 전력을 단일 지휘체계 하에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복잡한 작업을 통과해야 합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군 구조 개혁의 큰 틀 속에서 정밀한 계산이 필수입니다. 이런 계산이 없었다면 이번 계획은 날림이고 졸속입니다.
군은 스텔스 드론과 초소형 드론, 드론 킬러 등 드론 신무기도 이른 시일 내 내놓기로 했습니다. 좋은 무기를 신속하게 개발하려면 이중 삼중의 정부 간섭 속에 살인적 ROC(군 작전 요구 성능)에서 한발만 벗어나도 감사원의 철퇴를 맞는 열악한 연구개발 환경부터 손봐야 합니다. 국방과학연구소의 드론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한국항공우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며 간절히 요청했던 바입니다. 연구개발 환경 개선 없는 드론 신무기 개발 계획은 날림이고 졸속입니다.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오는 '군 정치화' 발언들
대통령실 고위직은 어제 "문재인 정부의 드론봇 부대는 실효적 훈련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무인기 침범을 두고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 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정의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27일 발언보다 몇 걸음 더 깊이 들어갔습니다.
어젯밤 어렵게 연락이 닿은 드론봇 부대의 한 간부는 길게 한숨부터 내쉬더니 "어제가 있으니까 오늘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2018년 백지에서 부대를 창설했다", "교리와 전술, 지침을 만들어 훈련한 다음 토의하고 수정하기를 숱하게 반복하며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습니다.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 탄생해도 부대와 무기는 초반에 실수와 결함을 쏟아내는 법입니다. 드론봇 부대도 그랬습니다. 드론 통합 사령부와 드론 신무기는 태어나자마자 실효적으로 작동할까요. 불가능합니다. 실효적 훈련은커녕 날림이고 졸속이라면 다른 전력에 걸림돌 되기 십상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훈련 못 했다는 군과 지금의 군은 같은 군입니다. 군은 지난 정부에서 '평화와 대화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참 어려운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배운 적 없고, 해 본 적 없는 임무였지만 정부의 명령이어서 좋든 싫든 따랐습니다. 9·19 군사합의로 전방에서 훈련 못 하게 하니까 배, 기차, 버스 타고 후방으로 내려가 힘들게 총·포 쏘며 땀 흘렸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군, 윤석열 정부의 군은 따로 없습니다. 국민의 군대, 국군만 있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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