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지지 이란 톱스타 알리두스티, 체포 3주만에 석방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1. 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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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히잡을 벗은 채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 = 알리두스티 페이스북]
‘히잡 시위’를 지지하며 정부를 비판하다가 당국에 구금됐던 이란의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석방됐다. 체포 3주 만이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알리두스티의 변호인 자흐라 미누이가 현지 ISNA 통신에 “나의 의뢰인(알리두스티)은 오늘 보석으로 풀려났다”고 밝힌 내용을 전했다.

알리두스티의 어머니 나데레 하키멜라히도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딸의 석방 소식을 알렸으며, 알리두스티가 수도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 밖에서 친구들의 환영 꽃부케를 받으며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속속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칸국제영화제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란인 배우 알리두스티가 구금 3주 만에 석방된 것은 매우 다행스럽고 기쁜 일”이라면서 “계속해서 이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

알리두스티는 201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작년에는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알리두스티는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이란에서 예전부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2016년 칸 영화제 수상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에서는 팔꿈치 안쪽에 페미니즘 지지를 상징하는 문신을 새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란 내 보수층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하자 알리두스티는 인스타그램에 히잡을 벗은 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며 ‘히잡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 연대 입장을 밝혔다.

이란의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가 4일(현지시간) 테헤란 에빈교도소 앞에서 지인들과 석방을 자축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알리두스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위대에 대한 당국의 사형 집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알리두스티는 반정부 시위 참가자 모센 셰카리(23)의 사형이 집행됐던 지난달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에 대해 지지를 의미한다”며 시위 참여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의 이런 잔혹한 사형 집행에 국제단체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날을 세웠다.

이란 당국은 지난달 17일 알리두스티를 체포하고,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차단했다. 그러면서 작년 11월에 알리두스티는 히잡을 쓰지 않고 반정부 시위대의 구호인 “여성 삶 자유”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한편,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 가수, 배우, 스포츠 스타 등을 체포해 왔다. 두 명의 다른 이란 여배우, 헨가메흐 가지아니와 카타윤 리아히도 작년 11월 체포됐다가 보석 석방됐다.

한편, 4개월 전 마흐사 아미니(당시 22)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하자 이란 전역에서 몇 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이란의 인권운동가 통신(HRANA)에 따르면 지금까지 516명 정도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이 중 70명이 어린이였으며 1만 9250명이 당국에 체포됐다. 시위를 진압하던 보안군 희생자도 6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두 명의 시위 참가자는 신을 모독했으며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는 모호한 혐의로 처형됐다.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는 재판 과정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규탄했다. 두 사람이 고문을 당해 허위 자백을 했으며 가족이나 변호인 접견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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