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순, 중년의 섹시가 이렇게 위험합니다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누군가는 '지천명 아이돌'이라 하고, 누군가는 '으른 섹시'의 정석이라며 환호한다.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연출 김문교, 극본 류보리)의 주연 배우 박희순에 대한 이야기다. 주로 장르물에 출연해온 박희순이 연기하는 남자들은 대체로 거칠고 어둠 속을 방황한다. 장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빌런 계열의 역할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 마음에 "나쁜놈"이 아닌 "섹시한 남자"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은 어느덧 그를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게 했다. 50대의 배우에게 주어진 섹시라는 영역이다. '트롤리'의 김문교 감독도 "박희순의 섹시함과 다정함에 반해서 출연을 부탁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박희순의 '으른 섹시'에 대한 반응은 어느 날 갑자기 촉발된 건 아니다. 1990년 연극판에서 데뷔한 이래 30년간 5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스크린과 TV채널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왔다. 그의 배우로서의 영위는 탁월한 목소리의 깊이감과, 눈동자의 그윽함이었다. 그것이 무기가 되어 여러 작품에서 큰 배역으로 활약할 수 있었고, 때때로 강렬한 캐릭터와 만나 포텐을 터트렸다. 특히 '마이네임'(2021)에 출연했을 당시 빌런으로 활약한 그의 모습이 '1020들을 설레게 하는 50대 아저씨' 짤로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 또래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52살의 나이에도 날렵한 턱선을 유지하며 매력적인 외형을 갖춘 그는 측은한 아버지 역을 맡을 나이에 누군가와 대적하고 격렬하게 사랑하는 모습이 더 잘어울리는 장르물의 남자주인공이 될 수 있게끔 만들었다. 과거 한 연예 방송에 출연해 리포터가 "운동, 식단조절, 피부과 시술, 마사지 같은 걸 하느냐"라는 묻자 그는 "지금 말하신 거 모두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10년 전 발언이었지만, 지금의 모습으로 봐선 지금까지도 관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을 거란 확신이다.
박희순, 특히 '트롤리'의 남중도로서의 박희순은 이러한 매력을 최대치로 보여준다. '마이 네임'이나 '마녀'에서도 섹시하게 악의 기운을 뿜어낸 그이지만, '트롤리'의 그는 아내를 대하는 태도까지 멋지다. 게다가 다정하지만 의뭉스럽게 뻗어내는 미묘한 신비감이 섹슈얼한 감각까지 더한다. 해질녁 노을보다 더 그윽한 눈빛으로 아내 혜주(김현주)에게 "난 너만 믿어, 너니까"라고 말하던 대목은, '너'라는 대상에 모든 여성 시청자들을 격렬하게 이입하도록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 방송된 6회 마지막 장면에서 분노의 초인종을 누르던 순간 역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 그 이상의 뜨거운 남자의 모습으로 시청자의 마음에 거침없이 진격했다.
한없이 다정하거나 폭발하는 모든 순간들이, 자꾸만 박희순의 마음 속 방문을 허락하게 만든다. 분명히 좋은 남자는 아닐 거라는 찜찜한 구석이 있음에도, 그런 것들을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기습적으로 방문해 사고를 마비시킨다. 오직 감각을 쫓아 그에게 눈길을 내어주게 하고, 마음까지 향하도록 한다. 박희순의 데뷔연도보다 한참 더 늦게 태어난 '트롤리'의 정수빈조차 "왜 지천명 아이돌 수식어가 붙었는지 알겠다"고 말했을 만큼, 함께 호흡하는 나이어린 배우마저 반하게 만드는 마성의 배우. 작정한 중년의 섹시가 이토록 위험하다. 빠져든 이유도 명확하지 않아 헤어나오는 일도 쉽지 않다.
그는 1020대들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1년 전 한 인터뷰에서 "참 걱정이 된다. 그게 다 불량 식품"이라는 대답을 했다. 곁들여 "부모님의 지도편달"까지 부탁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바라보는 어린 세대들의 눈빛이 뜨겁다. 오히려 더 자라났다. 지도 편달을 하려던 부모님마저 같이 빠져든 탓이다. 그가 말한대로 그의 매력이 불량 식품이라면, 이 달콤한 유혹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더더욱 떨쳐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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