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람들’ 이지훈 “첫 연극 도전…새벽까지 연습하다 아랫집 연락도”

박세희 기자 2023. 1.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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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지훈. 사진제공=엔터세븐
연극 ‘서툰 사람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장차, 파크컴퍼니

장진 연출의 코믹 연극 ‘서툰 사람들’에는 익숙한 얼굴의 배우가 도둑으로 등장한다. 배우 이지훈이다. 지난 2012년 KBS 드라마 ‘학교 2013’으로 데뷔해 ‘푸른 바다의 전설’, ‘신입사관 구해령’ 등으로 얼굴을 알린 그다. ‘서툰 사람들’은 이지훈의 첫 연극이다.

드라마, 영화 등 매체 연기를 주로 해온 그는 왜 갑자기 연극 무대를 택했을까. “예전부터 공연을 보면 ‘커튼콜 때 저 무대에 서서 박수를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기회가 안 됐는데 평소 친분 있던 장진 연출님이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그래서 ‘한 번 해보자. 어떻게 되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해보자’ 싶어서 하게 됐습니다.”

‘서툰 사람들’은 지난해 11월 개막했다. 개막 첫 날 공연을 봤다고 하자 그는 “엄청 긴장했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 문 뒤에 서있는데 정말 심장이 쿵쿵 소리로 뛰었요. 제가 등장하고 관객 분들이 놀라시는데 그 때 저도 같이 놀랐다니까요. 하하.”

연극 연기는 매체 연기와 사뭇 다르다. 뒤에 앉은 관객들에까지 다 전달돼야 하기에 움직임도 더 크고 목소리도 조금 더 커야 한다. “확실히 카메라와 무대는 다르더라고요. 움직임도, 소리도 더 커야 하고 에너지 소모가 확실히 차이 납니다. 촬영은 한 컷, 한 컷 해서 천천히 하다 보니 제가 가진 에너지를 잘 배분해서 쓸 수 있는데 무대는 다 쏟아부어야 하니까요. 첫 공연 하고 나서는 거의 실신이었어요. 대기실에서 눈도 못 뜨고 있었는데 다음 타임 공연이 또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어려운 건 다 똑같이 어려운데 힘든 건 연극이 더 힘들어요. 굳이 따지자면 두 배 정도요.”

장진 연출은 ‘서툰 사람들’ 개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지훈 배우가 아주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 연기를 주로 하던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올라 겪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면서. “네, 맞아요. 첫 공연 2주 전 연습실에서 연출님이 객석을 보고 연기해야 한다고 말씀 하시는 거에요. ‘아, 큰일났다’ 했죠. 그 때부터 겁이 나더니 잠도 안 오고, 집 거실에 무대처럼 소파를 맞춰 놓고 관객석을 보는 연습을 새벽까지 했어요. 그러다 아랫집에서 연락도 왔죠. 하하.”

시청자의 반응을 이후에 확인하게 되는 드라마, 영화와 달리 연극은 현장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 “어느 날은 반응이 좋았다가 어느 날은 반응이 안 좋아서 처음엔 정말 많이 신경 쓰였어요. 원래는 웃어야 하는 구간인데 안 웃으시는 걸 느낀 순간은 정말 무섭고 당황스럽더라고요. 최근에는 한 어르신이 극을 보시다가 저에게 말을 거시더라고요.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는지 그런 것도 재미있고 좋아요.”

‘서툰 사람들’은 코믹 연기다. 극 중 이지훈은 얼굴에 물을 뿌리기도 하고 익살스럽고 코믹한 표정 연기도 한다. 지금까지 해온 역할과는 사뭇 다르다. “코믹 연기는 거의 처음인데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망가질 수 있어서 좋고요. 사실 제가 코미디를 좋아해요.”

이지훈은 현재 일본 사부(다나카 히로유키) 감독이 연출하는 한국 영화 ‘언더 유어 베드’도 촬영 중이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랑에 대한 결핍이 만들어낸 파국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스토커 역할이에요. 스릴러고요. 많은 기대 바랍니다.”

이지훈은 올해로 데뷔 11주년을 맞았다. 연극이 지난해 시작했으니 데뷔 10주년에 연극이라는 첫 도전에 나선 것이다. “사실 제가 데뷔 10주년이었다는 것도 연말에야 팬 분들이 말씀해 주셔서 알았어요. 10주년을 맞아 변화를 주려 도전한 건 아니고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 하는 생각에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장진 연출님이었기 때문에 더 의지하고 할 수 있었습니다.”

10년 후 배우 이지훈의 모습은 어떨까. “‘푸른 바다의 전설’ 당시 인터뷰를 했을 때도 이 말을 똑같이 했는데요. 똑같이 있을 것 같아요. ‘이 작품 하고 싶다’, ‘아 저런 작품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하면서요. 아, 지금보다 주름이 조금 더 많이 생겼을 것 같네요. 하하.”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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