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시아, 전쟁 흐름 바꾸려고 곧 추가 동원령 내릴 것”
대규모 손실에도 공습 수위 유지
내부선 동원령·국경 폐쇄 촉구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가 추가 동원령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의 현 지도부가 남아있는 모든 자원과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을 내던져 전쟁의 흐름을 바꾸거나, 최소한 패배를 미루려 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의 이러한 시나리오를 저지해야 한다”며 “(러시아의) 새로운 공격 시도는 뭐가 됐든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러시아가 바흐무트에서 대패하는 등 전선에서 밀리고 있어 추가 동원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최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에 있는 요충지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국경수비대가 이날 바흐무트 인근 러시아의 공습을 격퇴하고 교전 끝에 적진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이후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텔레그램에 “러시아의 중대한 손실은 올해 1분기에 2차 부분 동원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규모 동원령을 추가로 발동하고 국경을 차단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추가 동원령은 필요치 않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내부에선 동원령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일부 나오는 상황이다. 전사한 러시아군의 부인들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한 단체는 3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에 수백만명을 동원할 것을 요구하며 징집 연령 남성들이 러시아를 못 떠나도록 국경을 폐쇄하라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실제로 추가 동원에 나선다 하더라도 러시아의 최근 전쟁 수행 능력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새해 전날인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장병 최소 89명이 희생되는 등 계속 패배하고 있다. 전세가 기울었던 지난해 9월 첫 동원령이 내려졌을 때도 징병 대상인 러시아 남성 수십만명은 해외로 도피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대규모 손실과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습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 당국은 최근 현지매체에 “앞으로 4~5개월간 러시아군은 최대 7만명을 잃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 지도부는) 질 것을 알면서도 전쟁을 끝내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신무기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은 호위함을 대서양으로 진출시키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또 러시아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크라마토르스크와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 민간시설에 미사일 공격 7차례, 공중습격 18차례, 다연장로켓시스템 공격 85차례를 감행했다고 우크라이나군은 전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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