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롯 농구단의 운명은? 한화 김동원 부사장은 '김용빈 리스크' 몰랐나?

권수연 기자 2023. 1. 5.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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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캐롯 점퍼스, 캐롯 점퍼스 공식 사이트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경영악화'의 시발점은 한 명의 의지일지 몰라도 그 뒤로 오가는 자금은 그렇지 않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김용빈 회장은 지난 3일 "기업의 '대내외 경영악화'로 인해 기업 경영에만 집중하겠다"며 대한컬링연맹 회장직과 대한체육회 이사직에서 사임했다. 

대한컬링연맹의 회장 임기는 총 4년으로, 2021년 1월 당선된 김 회장은 절반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현재 심각한 자본 잠식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 임직원 임금 체불과 더불어 하도급금 지연 등 '밀린 돈'이 발목을 잡는다.

지난 해 상반기 순적자는 6억5,905만원에 달하며 동기간 영업 수익은 1억8,949만원에 불과하다. 완전 자회사인 데이원자산운용의 자산이 35억 2,412만원, 이익잉여는 8억4,825만원으로 사실상 프로스포츠에 전혀 손을 댈 수가 없는 상태다. 

더불어 지난 해 4월에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는 사실이 알려지며 회장 공석 사태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자아냈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김 회장은 지난 해 데이원자산운용을 모(母)회사로 삼는 데이원스포츠를 설립해 고양 오리온스를 인수,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스폰서로 내세워 고양 캐롯 점퍼스로 재창단했다. 이는 국내 프로농구 사상 최초다. 여기에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까지 구단주 겸 총괄 대표이사로 내세우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해당 구단의 전 주인인 고양 오리온에 인수대금 약 20억원을 미지급한 사실이 밝혀지고, 이에 이어 한국프로농구(KBL) 특별 회비 미납 논란까지 일으켰다. 

대우조선해양건설 김용빈 회장ⓒ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고양 캐롯 점퍼스는 정규리그 출전을 불허할 수도 있다는 KBL 이사회의 최후 통첩을 받고서야 뒤늦게 15억원 중 5억원을 납부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그가 종료되는 3월 말까지 잔여 회비 10억원을 지불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그 밖에도 자금 부족으로 인해 K리그2 축구단 창단 또한 실패했고, 사상 초유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 취소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해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2022 대회'를 개막 9일을 앞두고 돌연 취소했던 사건이다. 

이와 같은 시기에 전국건설기업노종조합 대우조선해양건설지부(이하 노조)의 경영진 규탄 집회까지 벌어졌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실한 자금 운용력은 1차 사정이다. 뒷면에는 농구단 스폰서인 캐롯손해보험(모회사 한화손해보험)이 있다. 

캐롯손해보험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37) 한화생명 부사장의 금융 승계 부문 시험대로 볼 수 있다.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맨 오른쪽), 한화그룹 제공

2019년 출범한 뒤 1년만에 381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했고 2021년에도 6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이은 적자로 자본 건전성 또한 크게 악화됐다. 2022년 상반기 기준 보험금 지급 여력 비율은 149.1%로 2021년 4분기 대비 103.2%p나 악화되어 금융당국이 권고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해는 상반기 당기순손실 332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온라인미디어 매체인 AP신문에 따르면 김 부사장의 캐롯손해보험 경영정상화 여부가 금융 부문 승계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매체는 캐롯손해보험이 경영 부진 악화에 빠진 데이원자산운용과 네이밍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을 두고 '악수'로 평가했다. 

특히 고객의 돈을 이용해 '무모한 베팅'을 강행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며 싸늘한 시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전부터 심각한 자금난으로 지속적인 논란에 휩싸인 데이원자산운용이다. 마찬가지로 캐롯손해보험 또한 자금 사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그런데 스폰서 계약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왜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아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어두운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용빈 회장이 대한컬링연맹 회장 등을 내려놓으며 농구단인 고양 캐롯 점퍼스의 미래에도 눈이 쏠린다.

한번 가입비 미납 논란을 일으킨 이후 KBL측은 냉정하게 해당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반면, 캐롯 농구단 관계자는 "대우해양조선건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농구단 운영비 지원은 문제없다"고 전했다. 

김 회장의 사회공헌을 앞세운 무리한 스포츠계 영역 확장과 더불어 불안한 구단에 네이밍스폰서로 지원사격을 나선 김동원 부사장의 경영판단이 농구계에 또 다른 혼란을 불러일으키지 않을지 우려의 시선이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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